安·朴 포옹하던 날…주가는 이별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지난 6일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고 박원순 변호사를 지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지켜본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은 눈물을 흘렸다. 그만이 아니었다. 안철수연구소를 비롯한 이른바 '안철수 테마주'에 투자한 주주들도 눈물을 삼켜야 했다.

지난 2일부터 사흘간 38.23% 급등했던 안철수연구소는 7일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졌다. 안철수연구소와 보안관련 공동사업 계약을 맺었다는 이유로 안철수주로 분류됐던 클루넷도 하한가를 쳤다. 반면 박 변호사가 사외이사인 풀무원홀딩스와 재단 임원을 맡은 웅진홀딩스는 지난 6일부터 이틀 연속 상한가를 나타내 명암이 엇갈렸다.

◆인맥 · 정책으로 엮이는 테마

정치인 테마주는 인맥과 정책으로 형성된다. 최근 며칠간 급등락한 '안철수주'와 '박원순주'는 모두 인맥 테마로 볼 수 있다. 해당 정치인이 중요한 위치에 오르면 간접적으로라도 기업에 호재가 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작용한 탓이다. 웅진홀딩스 관계자는 "웅진재단은 비영리법인인 만큼 박 변호사가 서울시장이 되더라도 웅진그룹이 수혜를 볼 일은 없다"고 말했지만,개인투자자들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니 떡고물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동생인 박지만 씨가 최대주주인 EG,최대주주가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같은 정치단체에서 활동한 예스24 등도 인맥에 따른 정치인 테마주로 분류된다.

각 정치인이 내건 정책과 관련된 종목도 정치인 테마로 엮인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대아티아이,세명전기 등 철도 관련주가 '김문수주'라는 명찰을 달았다. 4대강 사업과 관련된 특수건설주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후보시절 '한반도 대운하주'로 출발, 테마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옷깃만 스쳐도 테마주

문제는 친분과 정책에 따른 수혜를 평가하는 것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하루가 멀다하고 정치인 테마주가 쏟아진다. 지난 7월부터 '문재인주'로 분류되며 급등했다가 지난달 말 이후 주가가 반토막난 섬유업체 대현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사진을 찍은 정체불명의 남성이 대현의 최대주주라는 소문이 퍼졌다가 사실무근으로 밝혀진 데 따른 것이다.

인연이 전혀 없는 종목이 정치인 테마주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쌍방울트라이는 박 전 대표의 측근인 이규택 미래희망연대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박근혜주로 분류되면서 주가는 2배 가까이 뛰었다. 이 와중에 회사의 최대주주는 지분 일부를 처분, 26억원이 넘는 차액을 남기기도 했다.

정치인 테마주가 횡행하다 보니 정치권에서는 얼마나 테마주를 많이 갖고 있느냐가 정치인의 대중적 영향력을 증명하는 잣대로 해석되기도 한다. 박 전 대표의 경우 관련 테마주가 200개에 달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증권업계에서는 그러나 허무맹랑한 이유로 정치인 테마주에 편승하는 종목이 상당한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