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의 대량 주문으로 선물 가격이 이례적으로 급락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한국거래소는 주문 실수나 인위적인 불공정 행위가 있었을 가능성을 놓고 원인 분석에 들어갔다.

지난 6일 코스피200선물시장에서 12월물은 9.45포인트 급락한 220.80에 마감했다. 동시호가에서만 6200계약 순매도가 나오면서 6.85포인트 밀렸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 가운데 4800계약은 외국인끼리 사고판 것으로 파악됐다"며 "특정 월물 가격이 하루에 10포인트 가까이 움직였다는 점에서 비정상적인 상황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결제가와 종가 간 괴리가 커지자 이날 정산가를 이례적으로 조정(229.10)했다.

이호상 한화증권 연구원은 "시장 급락을 내다보고 물량을 던졌을 가능성은 적어보인다"며 "하락 베팅이었다면 7일 12월물이 금방 원상복귀한 점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만기일 직전에 롤오버 물량이 몰리긴 하지만 미결제 약정 추이 등을 감안할 때 여기 해당될 가능성도 낮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주문 실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 전문가는 "물량을 입력할 때 '0'을 더 붙이는 식의 실수가 가끔 발생한다"며 "최악의 경우 매도자는 백억원 단위의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했다. 해당 주문이 나온 외국계 증권사에서는 '실수가 아니라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거래소에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초에는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이 선물 매도 주문을 잘못 입력해 250억원이 넘는 손실을 입기도 했다.

거래소는 불공정 거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투자 손익을 특정 계좌로 넘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대량 주문을 내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주로 거래가 뜸한 종목이나 월물이 대상이다. 이날 12월물은 10포인트 이상 오른 채 출발했다. 6일 동시호가에 매수했다면 시가로만 계약당 500만원의 이익이 발생한다. 6000계약을 모두 샀다면 300억원을 번 셈이다. 거래소는 필요 시 시장감시위원회의 조사를 거쳐 금융감독원에 혐의를 통보할 방침이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