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후의 구세주' '여강자(Ms tough)' 등으로 불리던 야후 최고경영자(CEO) 캐럴 바츠(63 · 사진)가 해임됐다. 6일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야후 이사회는 이날 전화로 바츠에게 해임 사실을 통보했다. 이 사실은 바츠가 아이패드를 통해 "그동안 행복했다. 난 휴대폰으로 해고를 통보받았다"고 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낸 후 알려졌다.

외신들은 일제히 바츠의 해고 사실을 빅 뉴스로 보도했다. 그가 야후를 위기에서 구해내지 못하고 낙마했다는 점 때문이다. 바츠는 취임 후 야후를 살리기 위해 정리해고,계열사 폐쇄,마이크로소프트와의 제휴 등을 추진했지만 신통치 못했다. 구글,페이스북 등 경쟁사에 밀려 2분기 순이익도 시장 전망치를 밑도는 2억3700만달러에 그쳤다. 실적이 부진하면 CEO를 해고,'CEO의 무덤'으로 불리는 야후의 '우울한 전통'이 이어진 셈이다.

또 그는 이사회 및 월가와의 관계도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알리바바의 자회사 매각을 둘러싸고 이사회와 갈등이 깊어졌고,월가에선 그의 경영능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사회는 결국 2013년 1월까지가 임기인 바츠를 중도 하차시켰다. 그의 사임 소식이 알려지자 시간외거래에서 야후 주가는 7%가량 급등하기도 했다. 바츠가 CEO로 근무한 마지막 날 야후 주가는 12.91달러였다. CEO로 부임한 첫날인 2009년 1월13일의 12.10달러에서 큰 변화가 없었다.

그의 사임이 화제가 된 또 하나의 이유는 화려한 경력 때문이다. 1992년 그는 오토데스크라는 회사의 CEO로 임명됐다.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사에서 첫 여성 CEO였다. 그러나 이틀 후 유방암 판정을 받았다. 암 판정 후 그가 자리를 비운 기간은 단 한 달.완전히 회복하기도 전에 회사로 돌아온 그는 방향을 못 잡고 헤매던 회사를 소프트웨어 디자인 분야의 선두주자로 키워냈다. CEO로 재임한 14년 동안 주가는 연평균 20%씩 올랐다. 그는 이 기간 인텔,시스코 등의 이사회 멤버를 지내기도 했다. 포브스가 선정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기업인에 단골로 등장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바츠가 오토데스크에서 달성한 성공을 야후에서는 재현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