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우체국과 은행 · 보험 업무를 겸하고 있는 '일본우정'의 주식 매각을 추진한다. 대지진 피해 복구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현재 일본우정 주식은 100% 정부가 보유하고 있다.

후지이 히로히사(藤井裕久) 민주당 세제조사위원장은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부흥 재원을 증세로만 마련하기엔 부담이 크다"며 "일본우정 등 정부 보유 주식의 매각을 병행해 증세폭을 최대한 줄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일본우정의 민영화는 원래 자민당 정권 시절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가 내세운 정책이었다. 민주당은 2009년 이런 자민당의 민영화 정책에 반대하는 공약을 내걸고 집권했다. 대지진이라는 돌발 변수로 민주당의 핵심 정책이 180도 바뀐 것이다.

요미우리신문은 "민주당이 일본우정 주식의 3분의 2가량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금액으로는 6조~7조엔에 이를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민주당은 작년 4월 고이즈미 전 총리의 민영화 정책을 차단하는 내용을 담은 '우정개혁 3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여기에는 일본우정 주식 중 3분의 1 이상은 정부가 반드시 보유해야 한다는 조항이 들어 있다. 민주당이 일본우정 주식 가운데 3분의 2가량을 처분하려는 것도 이 법안을 의식한 것이다. 민주당은 일본우정과 함께 담배 제조 공기업인 'JT'의 주식도 매각 검토 대상에 올렸다. 일본우정과 JT 지분을 팔면 재해 복구비용 16조엔의 절반가량을 충당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문제는 야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민주당의 '우정개혁 3법안' 통과에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이즈미 전 총리 시절인 2005년 국회 해산 후 총선거까지 치러가며 완전 민영화를 추진해온 이들 정당은 민영화 취지가 크게 퇴색한 '우정개혁 법안'에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