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초 취임한 김황식 국무총리(사진)에겐 임기 초반 '대타'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김태호 총리 후보자가 낙마한 후 내정됐기 때문이다.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의 이런 시각이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래걸리지 않았다.

지난해 정기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김 총리가 4대강 사업 등 주요 국정 현안에 대해 소신있게 답변하자 여권 내에선 "대타로 나와 홈런을 쳤다"는 호평이 적지 않았다.

최근 여권 내 일각에서 내달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김 총리를 '차출'하려는 배경이다. 현직 총리를 내세움으로써 여권 전체가 배수의 진을 친다는 의미를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여권에선 김 총리의 장점으로 안정적 국정수행 능력을 꼽는다. 경륜과 경험 측면에서 우위에 있다는 평가다. 한나라당의 한 소장파 의원은 8일 "'안정 대 바람'으로 선거 구도를 몰아가면 김 총리의 묵직함이 '안풍(安風 · 안철수 바람)'을 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다른 한 의원은 "김 총리는 대법관,감사원장,총리를 거치며 모든 부처의 현안을 잘 꿰뚫고 있다"며 "부드러운 외모와 달리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야당의 공세에 흔들리지 않는 강단 있는 모습을 보인 것도 긍정적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김 총리는 "감세정책은 중장기적으로 경제에 기여할 것"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수정 및 재협상은 있을 수 없다" "4대강이 대운하 사업이면 한나라당은 파탄날 것"이라고 하는 등 '소신'발언으로 청와대 내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호남 출신이라는 점도 한나라당으로선 '플러스 요인'이다.

김 총리와 청와대는 일단 부정적이다. 김 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서울시장 보선 차출설에 대해 "적절치 않다"며 선을 그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재임 중인 총리를 지방자치단체 선거에 빼 간 사례는 없다"며 "차출은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선거 막판까지 한나라당이 '필승 카드'를 마련하지 못할 땐 이명박 대통령의 결심 여하에 따라 김 총리 차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