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초기단계인 유기농 제품에 영양성분 잣대를 들이대 가격이 비싸다고 하는 게 말이 됩니까. 친환경 유제품 개발을 독려해온 정부가 이제 갓 시작된 유기농 사업을 접자는 격입니다. "

공정거래위원회의 예산 지원을 받은 소비자시민모임(이하 소시모)이 지난 7일 유기농 우유의 영양성분이 일반 우유와 차이가 없음에도 가격이 2.0~2.8배 비싸다고 발표한 데 대해 우유업체와 유기농 낙농가는 '기가 막힌다'는 반응이다. 소시모가 기본적인 품질 조사의 맥을 잘못짚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영양성분을 척도로 유기농 농축산물의 가치를 측정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우유업계는 꼬집었다. 유기농 제품은 친환경 농법을 통해 보다 안전한 먹거리를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할 문제이지,영양성분의 많고 적음을 기준으로 가격을 매길 수 있는 상품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우유업계 관계자는 "공정위와 소시모의 논리대로라면 영양성분이 비슷한 '제주도산 통돼지 삼겹살'과 일반 삽겹살,유기농 쌀과 일반 쌀 등의 가격차이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유가공협회 관계자도 "축산물위생관리법상 유기농 우유와 일반 우유는 같은 유형으로 규정돼 있어 유지방 등 영양성분과 세균 수 등의 관리기준이 동일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유기농 우유가격이 비싼 것은 친환경 낙농법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원가가 올라가는 탓이다. 우유업계 관계자는 "유기농 우유를 생산하려면 200여개의 테스트 항목을 통과해야 한다"며 "낙농가의 생산원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전했다. 대표적인 게 초지(草地) 확보다. 일반 젖소는 사육시설에서 주로 자라지만 유기농 우유용 젖소는 한 마리당 916㎡(약 277평)의 초지가 필요하다. 유전자 조작(GMO) 농산물이 들어간 사료도 사용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우유업체들이 낙농가로부터 사들이는 원유(原乳) 가격도 ℓ당 1573원72전으로 일반 우유용 원유값보다 60%가량 높다. 여기에 일부 우유업체는 페트병에 자외선 차단 필름을 입힌 우유용기를 사용,일반 우유팩보다 3배 이상 많은 원가를 투입하고 있다. 이 결과 대형마트 등에 공급하는 유기농 우유 출고가는 ℓ당 2450원 선으로 일반 우유에 비해 63%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