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실리콘밸리에는 한국인 창업가만 없다
실리콘밸리에서 한국인 창업이 제로에 가깝다는 소식이다. 미 듀크대와 캘리포니아 버클리대가 실리콘밸리 지역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보고에 의하면 유학생이나 이민자들이 세운 기업에서 인도계와 중국 일본계가 다수를 차지하고 한국인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벤처와 창업의 상징인 실리콘밸리이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도,구글의 에릭 슈미트도 이곳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창업의 절반이 외국인들에 의해 이뤄진다. 이곳에서 자리 잡아야 세계적인 기업이 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곳에서마저 기업가 정신이 실종되고 있다는 것은 정말 심각한 일이다.

미국 유학생 가운데 한국 출신은 12.9%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다. 독일 일본이나 이라크 등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실리콘밸리의 스탠퍼드나 버클리대에도 한국인들이 북적댄다.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이들은 창업과는 거리가 멀다. 이들은 대기업이나 대학교수 등 안정된 직장만 찾는다. 본국으로 들어와 영어강사를 하려는 이들도 있다는 정도다.

국내에서 기업가 정신의 실종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반(反)기업 정서와 기업가에 대한 적대감마저 형성돼 있는 터다. 고(故) 정주영 회장이나 이병철 회장 같은 혁신과 도전 정신도 사라지고 말았다. 기업하면 장가도 못간다는 얘기가 공공연하다. 안철수 씨는 기업경영에서 승부를 내는 것을 포기하고 정치판에 나와서야 비로소 인기를 끌었다는 식이다.

실리콘밸리에서 한국인 창업의 전멸은 이런 국내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다. 영어 구사능력이 떨어지고 인맥이 없다는 것은 실패자의 변명일 뿐이다. 창업 기반이나 시스템은 이미 잘 갖춰져 있는 곳이 실리콘밸리다. 영어를 한국보다 못한다는 일본인이 창업가에서 7%를 차지하는 것이 이를 확인시켜준다. 기업가 정신이 활발해야 경제도 발전하는 건 상식이다. 기업인이 한국 사회에서 우대받고 대접받는 분위기가 형성돼야만 실리콘밸리에서도 한국 젊은이들의 메아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기업하면 미친사람 소리 듣고 저마다 공무원이나 정치인이 되려 하고 대기업가로 성공하면 오히려 사회적 비난을 한몸에 뒤집어쓰는데 누가 창업하려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