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대한 정부의 감세(減稅) 시도가 실패했다. 한마디로 불행한 일이다. 감세는 특별한 상황이 없는 한,가능한 한 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감세 논쟁의 핵심은 우리 국민이 피땀 흘려 번 돈을 민간과 정부 중 누구에게 쓰게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정부의 그 수많은 낭비 작태,무능과 태만,독직과 부정들을 보면서 우리가 그렇게 힘들여 번 돈을 가능한 한 정부에 주지 말고 민간이 쓰게 하자는 것은 자연스러운 생각이다. 우리나라 세수의 가장 큰 부분을 대기업이 담당하고 있는데 대기업의 돈은 사실은 대부분 소시민의 돈이다. 왜냐하면 주주의 대부분이 소시민들이기 때문이다. 감세 주장의 핵심은 이 아까운 소시민들의 재산을 더 알뜰하게 쓰자는 것이다.

물론 국방,외교,치안 등 정부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잘하게 해주어야 한다. 문제는 복지다. 복지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일할 능력이 있는 사람에 대한 복지와 없는 사람에 대한 복지다. 노인이나 장애인 등 일할 능력이 없는 사람에 대한 복지는 당연히 정부가 해야 한다. 여기에 인색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일할 능력이 있는 사람에 대한 복지를 누가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퍼주는 것보다 일자리가 더 좋은 복지라는 데 이의가 있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일자리 창출을 정부와 민간 중 누구에게 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하다. 물론 정부로 하여금 세금을 거두어 그 돈으로 투자를 하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모두 알다시피 정부는 일반적으로 최악의 투자가다. 정부는 투자 전문가가 아니라 '쓰는' 데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금 낼 돈을 될 수 있는 대로 기업에 남겨 투자하게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세금 낼 돈으로 기업과 개인으로 하여금 투자하고 구매하게 하자는 것이다. 개인은 증권도 사고 소비도 하고 또 벤처기업을 일으키기도 할 것이다. 이것이 모두 기업을 살찌게 하고 시민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정부가 세금으로 그 돈을 쓰는 것에 비하면 그렇다는 것이다.

크게 볼 때 민간에 돈이 갈수록 그것은 미래를 위한 준비가 된다. 고기를 많이 잡기 위해 그물을 만드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나 정부에 돈이 많이 갈수록 그것은 당장 먹어 치우자는 것이 된다. 역사적으로 전쟁이나 심각한 불황,재정적자 등 위기 상황이 아닌 한 한 나라의 번영은 대부분 세금을 줄이면서 찾아왔다.

이런 명백한 감세의 장점에도 왜 우리나라의 시민 정서는 감세에 반대하는 것일까. 그것은 기본적으로 시민들이 대기업의 이익과 자신들의 이익을 동일한 것으로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중산층과 서민은 대부분 대기업 주식을 갖고 있다. 대기업의 90% 이상이 소액주주다. 기업에 이익이 나면 대주주뿐 아니라 소액주주에게도 주가 상승이나 배당으로 혜택이 돌아간다.

그럼에도 시민이 그들의 이익과 기업의 이익을 동일시하지 않는 이유는 일부 기업이 보여주는 반(反) 글로벌 스탠더드적 행태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정말 국가적으로 꼭 필요한 감세를 이루려면 이런 행태가 시정돼야 하며 그런 점에서 대주주 최고경영자(CEO)들의 모범적 행태가 절실히 필요하다. 최근 몇몇 대기업 총수들의 자발적 사회 공헌과 헌신의 의지가 그런 대전환의 물꼬를 트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일부 진보진영이 당장 '퍼주는' 정책에 집착해 감세의 혜택을 경시하는 것은 나라의 앞날에 큰 부담을 주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감세 정책이 장기적으로 민간 부문의 소비와 투자를 활성화해 경제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도외시한다면 문제다. 결국은 우리가 후손에게 어떤 나라를 물려줄 것인가가 핵심이다. 풍요하고 자유로운 나라를 물려주려면 감세가 필요하고 그를 위한 전제 조건을 이루는 데 재계 지도자와 정치 지도자들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정확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전성철 < 세계경영연구원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