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을 중심으로 한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이 은행권을 웃도는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 대출을 묶어둔 사이 지역농협 저축은행 등이 은행권 고객을 적극 유치하면서 어부지리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다.

8일 금융계에 따르면 농협의 상호금융 부문인 지역농협(단위농협)의 가계대출이 지난달 1조5000억원이 늘었다. 농협 금융부문은 1금융권인 은행(농협중앙회)과 2금융권인 상호금융(지역농협) 투 트랙으로 운영된다.

은행으로 분류되는 농협중앙회는 지난달 17일부터 말일까지 실수요나 정책자금,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집단대출 등을 제외한 신규 대출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농협이 대출을 중단하자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도 잇따라 대출 중단 결정을 내렸다.

1금융권을 묶어서 한숨 돌린 것도 잠시,복병은 다른 데 있었다. 2금융권인 지역농협이 문제였다. 지역농협은 7월에도 가계대출이 7000억원이나 늘었다. 8월에는 증가 규모가 그 두 배인 1조5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분 5조9000억원의 4분의 1,비은행 가계대출 증가분 3조4000억원의 절반이 지역농협에서 나온 셈이다.

주요 먹거리였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중단한 저축은행업계도 신용대출 확대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저축은행업계는 신용대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가계대출 증가세가 2금융권 중에서도 가장 높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저축은행업계의 지난 6월 말 가계대출은 작년 말보다 9.3% 증가했다. 신용협동조합(8.9%),새마을금고(8.1%),농협(4.1%) 등보다 증가폭이 크다.

저축은행업계는 일부 시중은행에서 가계대출을 전면 중단한 결과 당장 돈이 필요한 수요가 저축은행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상은/김일규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