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자금시장을 활용하는 기업의 모습이 다양해지고 있다. 조달수단 다양화,자금 만기불일치(미스매칭) 해소,인수 · 합병(M&A) 관련 소요자금 등 기업어음(CP)을 발행하는 목적도 다양하다. 채권시장에서 신용위험 우려를 받고 있는 여신전문 금융회사는 장기 CP를 발행해 금융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8일 금융계에 따르면 삼성카드를 제외한 국내 전업 카드회사는 모두 만기 1년 이상의 장기 CP 발행 잔액을 갖고 있다. 단기자금 조달이라는 본래 CP의 발행 취지와 다른 양상이다.

신한카드는 CP 발행 잔액(6320억원)의 76.26%에 해당하는 4820억원을 장기 CP로 채우고 있다. 만기가 3년 이상인 물량도 650억원에 이른다. 장기 CP 발행 잔액 규모는 KB국민카드 5100억원(전체 CP 발행 잔액의 58.51%),롯데카드 1525억원(30.96%),하나SK카드 3100억원(48.43%),현대카드 600억원(54.54%) 등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금리 경쟁력이 있을 때는 조달비용을 줄이기 위해 장기 CP를 발행한다"고 말했다. 신한 · KB국민 · 현대카드 등 상위권 카드사의 채권 신용등급은 'AA+'다. 1년 만기로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려면 연 4.05% 안팎의 금융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CP 시장을 이용할 경우 3%대 중 · 후반이면 조달이 가능하다.

현대백화점과 롯데쇼핑 등 유통업체는 주로 3개월 만기 안팎의 CP를 발행하고 있다. 일시적으로 자금 운용에 미스매칭이 발생했을 때 CP를 활용하는 전통적인 방식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현대오일뱅크를 인수하기 위해 대규모 CP를 발행했다. 2조5000억원 규모의 인수자금 중 1조원가량을 CP 발행으로 충당했다. 최근에도 꾸준히 CP를 발행하며 인수자금을 롤오버(차환)하고 있다.

새롭게 CP시장에 등장한 기업도 있다. 공격적인 매장 확대전략을 쓰고 있는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이달 들어 첫 CP를 발행했다. 150억원으로 규모는 크지 않지만 신규 조달수단을 확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방종욱 현대증권 연구원은 "신용 이벤트나 정부정책 등 대 · 내외적인 환경변수에 따라 단기자금시장이 갑작스럽게 경색될 수 있다"며 "CP 발행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