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56개국 정상이 참석하는 세계 최대의 핵안보정상회의가 내년 3월26~27일 이틀간 서울에서 열린다. 여러 국가들이 수많은 핵무기와 위험한 핵물질을 갖고 있고,이를 이용한 테러 위험까지 증가하고 있어 세계 주요 정상들이 서울에서 핵에 대한 근본적 안보대책을 세우기 위해 모이는 것이다.

최근의 여론조사에서 우리 국민의 70%가 핵개발에 찬성했다고 하니 주변국들의 핵위협에 대한 불안을 짐작할 수 있다. 기름 한 방울 없이 맨주먹으로 일어서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으로 세계적으로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 한국이 만약 핵무기를 개발한다고 상상해보자.무역 의존도가 90%나 되는 국가가 빗장을 걸고 세계를 상대로 선전포고를 하는 셈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일각에서 주장하는 핵주권론은 우리 평화 민족을 파멸의 시험대에 올려놓자는 것과 같다.

핵안보정상회의는 어떤 핵 공격도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정상급 안전장치를 만들기 위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제창으로 2010년 4월 워싱턴에서 처음 개최됐다. 45개국 정상이 모여서 워싱턴 사상 최대의 정상회의라는 기록도 세웠다. 두 번째로 열리는 2012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는 핵물질이 테러에 이용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나아가 핵전쟁에서 인류를 보호하는 안전장치를 확립하는 역사상 최대의 안보정상회의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은 이미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정상회의의 도시로서 명성을 얻었다. 내년 3월에 열릴 핵안보정상회의는 경제성장의 길만을 좇던 우리나라가 세계 안보를 책임지는 외교-국방-보안의 중심에 우뚝 서게 된다는 데 역사적 의미가 크다. 특히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의 원자력 안전협력도 논의하므로,원전 산업 강국으로서 회의 준비에 공을 들이지 않을 수 없다.

세계적 석학들은 지구촌의 경제성장에 뒤따를 에너지 부족이 이번 세기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석유,가스,석탄은 양도 부족하고 기후변화를 일으켜 충분히 쓸 수도 없다. 풍력,태양력,조력 등의 신재생에너지는 입지조건이 좋은 나라에서조차 충분한 양이 못 된다. 원자력의 대형 사고와 핵확산에 철저히 대비하지 못하면 대재앙이 찾아온다.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는 여기에 대한 범지구적 대책을 제시하는 자리가 될 수 있다. 크게 보면 석유,석탄은 햇빛으로 자라난 생물에서 축적된 자원이며 햇빛의 근원은 원자력의 한 축인 핵융합에너지다. 풍력도 햇빛으로 생긴 압력 차이로 생기므로 원자력이다. 지열은 지구 속에 엄청난 양의 방사성 동위원소가 핵붕괴로 내는 열이므로 역시 원자력의 산물이다. 이처럼 화석에너지와 신재생에너지는 자연산 원자력이라 해도 좋다.

반면 원자력발전은 핵에너지를 공장에서 양식하는 셈이므로,지구의 모든 에너지가 원자력에서 나온다는 중요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우리의 에너지 선택은 양식한 원자력을 사용할 것인가,자연산을 쓸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러나 70억 세계 인구가 화석에너지나 신재생에너지와 같은 자연산 원자력만을 사용하려면 심각한 환경오염은 물론 비용의 증가로 가난한 사람들은 오히려 에너지를 못 쓰게 될 것이다.

세계 인구의 80%가 속한 개발도상국들의 경제성장에 따른 에너지 부족으로 원자력 발전이 확산될 것이므로 원자력 통제는 더욱 중요해진다. 따라서 원자력 의존도가 높고 이를 수출하고 있는 한국이 세계 핵안보체제의 확립에 앞장서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21세기의 지구촌에 중대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는 핵확산,테러,그리고 대형사고에 대책이 시급하다. 2012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세계 정상들과 유엔 등 국제기구 수장들이 지구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굳건한 대책을 마련하기를 바란다. 나아가 서울 핵안보정상회의가 한반도의 안보와 평화통일에도 새 활력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8000만 동포의 염원일 것이다.

황일순 <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