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 친구들이 먼저 알고 '한국에 이런 제품도 있냐'고 물어오는데 얼마나 뿌듯한지 몰라요. "(문혁훈 센트럴세인트마틴스쿨 대학원생) "품질이 우수한 한국 제품을 서로 수입하려고 영국 유통업체들끼리 눈치 작전을 벌일 정도입니다. "(여운천 코닉스인터내셔널 대표)

한국상품 기획전이 열리고 있는 런던 해러즈백화점의 3층 전시관을 찾은 현지 한국인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전체 매장을 둘러보면 '영국 최고의 명품 백화점'이란 얘기가 실감난다. 웬만한 저가 브랜드는 아예 입점조차 안돼 있고,명품으로 불리는 유명 브랜드들만 한데 모여 있었다. 부르카 차림에 각양각색의 샤넬 핸드백을 멘 이슬람교도들은 물론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잘 차려입은 관광객들이 줄을 서서 지갑을 열었다.

정광영 KOTRA 런던 센터장은 "해러즈에서 전시 한번 하기 위해 연간 400~500개의 기업이 대기하고 있다"며 "이렇게 빨리,그것도 해러즈 측에서 먼저 제안해 한국 기획전을 열게 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소개했다. 내년부터는 KOTRA가 앞장서서 한국 중소기업의 제품을 영국에 소개하는 기획전을 여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정 센터장은 "작년엔 책정된 예산이 없어 지식경제부, 주영대사관 등의 도움을 받아 기획전 비용을 마련했다"며 "이번 전시회의 성과가 곧 나올 전망이어서 내년 예산은 보다 수월하게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기획전에 참여한 기업들은 잔칫집 분위기였다. 코오롱FnC의 잡화 브랜드 쿠론 관계자는 "우리 제품에 대해 이렇게 많은 유통업체들이 관심을 보일 줄 몰랐다"며 "이르면 올해 안에 영국에 진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LS네트웍스의 프로스펙스 마케팅 담당자도 "해러즈의 스포츠 바이어들이 하루에 두 번이나 왔다가는 등 워킹화에 대해 관심이 높다"며 "해러즈 전시회 기념 한정판 제품도 만들어 왔는데,제품력과 마케팅 방법에 대해 '환상적'이라는 반응을 얻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각광받은 것은 손재주가 탁월한 한국인의 기술과 독창적인 문화,뛰어난 상품 기획력이 조화를 이룬 덕분일 것이다. 국내 소비자들도 해외 명품 못지않게 '국산 명품'을 아끼고 인정해주는 풍토가 머지않아 마련되기를 기대해본다.

민지혜 생활경제부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