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뛰어넘는 증자에 증권株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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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주도권 경쟁 본격화
대우, 글로벌 M&A 염두 주식가치 희석에 하한가…삼성·한국투자 "신중 대응"
대우, 글로벌 M&A 염두 주식가치 희석에 하한가…삼성·한국투자 "신중 대응"
대우증권이 예상을 뛰어넘는 1조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기로 결정함으로써 대형 투자은행(IB) 시장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증권사 간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우리투자증권도 조만간 5000억~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자본 확충으로 인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떨어지는 등 부작용도 나타나겠지만,확충된 자본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면 이익이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8일 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은 하한가로 떨어졌다. 유상증자가 예상되는 현대증권과 삼성증권도 각각 9.49%와 5.93% 하락하는 등 증권업종지수는 7.39% 빠졌다.
◆당분간 주가엔 악영향
대우증권은 1조4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지난 7일 공시했다. 6월 말 현재 대우증권의 자기자본은 2조6000억여원 수준.유상증자를 실시하면 자기자본 규모가 4조원을 넘게 된다.
자본시장법 상 대형 IB 자격요건인 3조원보다 1조원 이상 많은 '서프라이즈' 수준의 자본 확충이다. 시장에서는 "대우증권 입장에선 '왜 이런 대규모 증자가 필요했고,어디에 돈을 써 ROE를 높일 수 있는가'를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일 수 있을 것"(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단기적으로는 ROE 하락을 막을 뚜렷한 '묘수'를 제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해외 M&A 나설 듯
대우증권 대주주인 산은금융지주 관계자는 "자기자본 규모를 대형 IB 기준에 맞춰 3조원 수준으로 늘린다고 하더라도 세계적인 IB들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며 "증자하는 김에 화끈하게 하자는 내부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중 · 장기적으로 대우증권이 글로벌 기업 인수 · 합병(M&A)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산은금융 내부 사정에 정통한 IB업계 관계자는 "산은금융이 대우증권을 통한 해외 M&A에 관심이 많다"며 "적절한 매물이 나올 경우 적극적으로 M&A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산은지주가 유상증자 과정에서 나올 실권주를 인수해 현재 39% 수준인 대우증권 지분율을 50% 가까이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산은지주는 리테일 점포가 많고 기업금융 분야의 시너지 창출이 용이한 증권업과의 결합을 위해 대우증권 지분율 확대가 절실할 것"으로 해석했다.
◆IB시장 선점 경쟁 치열해질 듯
대형 IB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대우증권의 '선공'으로 다른 증권사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5000억~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검토 중인 우리투자증권은 가능한 한 최대 규모의 증자를 추진하는 등 공격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등 다른 대형 IB 후보들은 다소 신중한 입장이다. 삼성증권 고위 관계자는 "유상증자를 포함한 자본 확충 방안에 대해 다각도로 고민 중"이라며 "증자를 하더라도 대우증권 수준으로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송종현/이태호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