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175만명의 고객 정보가 해킹으로 유출된 현대캐피탈의 정태영 사장에 대해 경징계인 '주의적 경고'를 줬다. 현대캐피탈엔 중징계인 '기관경고' 결정이 내려졌다.

금융감독원은 8일 밤 늦게까지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정 사장과 정운철 감사에게 '주의적 경고'조치를 내렸다. 금감원이 당초 통보했던 중징계인 '문책경고'보다는 징계 수위가 한 단계 낮아졌다.

다만 정보기술(IT) 및 보안을 담당한 임원 3명은 '감봉 3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금감원은 통상 최고경영자(CEO) 등 '감독자'에 대한 제재 수준을 직접 책임이 있는 '행위자'보다 한 단계 낮게 감경해온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민간위원들 대부분도 경징계가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덧붙였다.

민간위원들은 "이런 사고는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고,현대캐피탈은 어떻게 보면 피해자"라며 "(정 사장이)적극적으로 수사기관과 언론에 알리는 등 사고 수습을 위한 노력을 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런 사고에 대해 CEO를 중징계하면 언론에 적극적으로 알리기보다는 오히려 은폐하는 유인이 생길 수 있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캐피탈이 IT보안 분야에 감독당국의 가이드라인(예산의 5%)보다 많은 7~8%를 지속적으로 투자했던 점도 고려됐다고 금감원은 덧붙였다.

정 사장에 대한 금감원 결정에 현대캐피탈은 '문책경고,업무집행정지,해임권고 등과 같은 중징계를 피하게 돼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현대캐피탈은 정 사장이 중징계를 받으면 대외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제재심의위는 현대캐피탈 법인에 대해서는 중징계인 '기관경고'조치를 내렸다. 이에 따라 현대캐피탈은 6개월간 자본시장법상 신규 업무를 할 수 없으며,3년간 다른 금융회사 지분 투자가 금지된다.

금감원은 이날 신한은행의 금융실명제법 위반과 부실 여신심사 등에 대한 징계 여부도 심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에 대한 징계도 일단 유보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3시간 이상 논의했지만 해당 사안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인 점이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유보 배경엔 당국의 제재 수위가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부담도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