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발(發) 낭보에도 8일 국내증시가 상승폭을 크게 키우지 못하고 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제시할 경기 부양안이 조금씩 공개되면서 시장에 일부 반영된 측면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한국시간으로 9일 오전 8시 발표될 오바마 대통령의 경기 부양책을 기대하면서도 보수적인 시각을 놓지 않고 있다. 변동성의 핵심 요인인 유럽이 안정을 되찾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에서다.

이날 오전 10시 58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장중 상승폭을 축소해 강보합권에 머물고 있다.

반면 7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연설 기대 등에 힘입어 일제히 급등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에서 3000억달러 규모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증시도 독일 헌법재판소가 독일의 유로존 금융지원은 합헌이라고 판결을 내리자 2~4% 이상씩 뛰며 환호했다. 그리스 증시는 8% 가까이 폭등했다.

그간 코스피지수가 해외증시 등락에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점을 미뤄볼 때 이날 상승폭은 확연히 제한돼 있는 모습이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오바마 대통령이 내놓을 경기 부양책 중 세금감면에 대한 부분이 미리 알려지면서 전날 코스피지수 급등에 선반영된 측면이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추가 호재로 작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지형 한양증권 연구원도 "미국의 경기 부양책의 노출 빈도가 꽤나 높아졌다"며 "지난 주말 고용충격에 따른 더블딥(이중침체) 가능성을 낮추는데 유효하겠지만 모멘텀(상승 동력) 기대까지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경기부양책의 효과를 확대 해석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이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기 부양책에 기대감만을 앞세우기는 어렵다"며 "오바마 행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총 300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은 지난해(7870억달러)의 38% 수준에 그친다"고 전했다.

그는 "더구나 전체 3000억달러에서 기존의 감세안 및 실업수당 지급안을 연장하는데 따른 효과가 1700억달러"라며 "실제 새롭게 집행되는 것은 1300억달러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실제 부양안이 의회를 통과해 실행될 수 있을 것인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를 둘러싼 근본적인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독일의 유로존 금융지원은 합헌이라는 판결이 나왔지만 연방의회의 승인과정이 순탄치 않을 가능성이 남아있다.

한치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공조 유지와 정책 모멘텀(상승 동력)에 대한 기대감은 주요 신용, 위험 지표들의 안정세를 이끌 수 있다"면서도 "다만 변동성이 높아진 현 구간에서는 이로 인해 실제 해당 지표들이 개선되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연구원은 "유럽문제에서 결정적인 해법이 될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증액과 관련해서는 국가별로 이해관계가 첨예하다"며 "우려와 기대감이 공존해 변동성이 제거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매수 후 보유' 전략보다 마켓 타이밍에 맞춰 대응하는 것이 좋다"고 추천했다.

곽 연구원은 "글로벌 경제가 올 상반기에 전망했던 것보다 더 둔화되고 있다"며 "추세적으로 증시가 강하게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1760~1940포인트 박스권을 설정해서 대응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