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당시 당국자들 사이의 급박했던 대화 내용이 담긴 음성파일이 새롭게 공개됐다고 8일(현지시각) 미국 방송 ABC와 뉴스통신 AP 등이 보도했다.

이날 공개된 음성파일에는 납치된 여객기가 뉴욕 세계무역센터(WTC) 및 국방부 청사로 향하는 동안 조종사와 지상 관제사, 군 당국자 사이에 주고받았던 대화가 그대로 저장돼 당시 상황이 얼마나 혼란스러웠는지를 짐작게 한다.

특히 관제사를 비롯한 당국자들은 테러가 발생하기 직전까지도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던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보스턴 관제센터 요원이 "문제가 생겼다.

납치된 비행기가 뉴욕으로 향하고 있다.

F-16 전투기를 동원하든지, 지금 당장 조치가 필요하다"며 도움을 호소하자 "실제 상황이냐, 아니면 훈련이냐?"라며 당황한 말투의 답변이 이어진다.

심지어 9·11 테러범인 모하메드 아타가 항공교통관제 당국에 비행기 납치 사실을 직접 알린 뒤에도 당시 북동 영공의 방공을 책임지고 있던 실무자 제임스 폭스 소령은 "훈련이 이렇게 실제 상황 같아 보이기는 처음"이라고 말한다.

이런 가운데 피랍 여객기가 WTC를 들이받자 뉴욕 관제사들은 일제히 "맙소사", "신이시여" 등의 외마디 탄성을 질렀다.

음성파일에는 비행기 납치범인 아타가 "아무도 움직이지 마라.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당신도 다치고 비행기도 위험해진다.

조용히 있어"라고 탑승자들을 위협하는 육성도 녹음돼 있다.

그밖에 파일에는 비행기 탑승객들이 자신의 동료 2명이 칼에 찔렸으며, 납치범들이 조종석에 앉아 있다고 상황을 전하는 절박한 대화도 포함돼 있다.

이날 음성파일과 녹취록을 함께 공개한 미 학술잡지 '러트거스 로 리뷰(Rutgers Law Review)'측은 "중요한 내용이 담긴 (9·11 테러 당일) 오전 대화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도 있었다"며 파일 공개 배경을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ykb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