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의 대표 주력 제품은 드릴십이다. 깊은 바다의 원유를 시추하기 위한 특수선으로,척당 가격이 5억달러에 이르는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기존 고정식 해양설비와 달리 이동이 가능하고 심해 작업도 할 수 있다. 글로벌 유전개발 기업들이 자원개발을 위해 점점 깊은 바다로 진출하면서 드릴십 수요도 크게 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달 초 미국 해양시추 업체인 노블드릴링사로부터 드릴십 1척을 수주했다. 이로써 현대중공업은 올 들어서만 총 10척,55억달러 규모의 드릴십을 수주했다. 현대중공업의 드릴십이 시장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지난해 11월 '딥워터 챔피언호'가 세계 1위 시추업체인 미국 트랜스오션사에 인도되면서부터다. 이 드릴십은 해수면으로부터 최대 12.2㎞까지 시추가 가능하다. 드릴십 전용설계로 선박의 크기를 최적화해 연료 효율도 높였다. 핵심 설비인 스러스터도 선상에서 수리가 가능토록 해 유지 · 보수에 따른 비용까지 크게 줄였다.

위치제어시스템과 컴퓨터추진시스템,7중폭발방지장치 등 첨단 장비를 적용해 안정성을 높인 점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회사 관계자는 "그간 축적된 기술력과 설계능력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드릴십을 건조,발주처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며 "이런 평가가 시장에 퍼지면서 단기간에 많은 선주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부터 처음으로 드릴십에 순수 우리기술로 만든 국산 엔진을 탑재하기 시작했다. 올 들어 드릴십에 들어갈 '힘센엔진(HiMSEN)' 총 98기를 1억5000만달러에 수주하기도 했다.

힘센엔진은 현대중공업이 2000년 국내 최초이자 유일하게 독자 개발에 성공한 엔진.독일 만,핀란드 바르질라,미국 캐터필러 등 외국 회사들이 독점하고 있는 드릴십 엔진 시장에서 국산화에 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힘센엔진은 내년 상반기부터 현대중공업이 건조하게 될 9척을 포함,총 15척의 드릴십에 순차적으로 탑재된다. 드릴십에 장착되는 엔진은 드릴십의 위치 제어 및 추진기 역할을 하는 스러스터에 전기를 공급하는 핵심장치다. 1척의 드릴십에는 통상 6개에서 8개의 발전용 엔진이 필요하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세계 시장에서 우수성을 인정받은 드릴십은 우리나라 '에너지 자립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동해 심해 자원개발 현장에도 투입된다"며 "현대중공업이 만든 드릴십이 이달 중 동해 8광구 지역에서 시추공을 뚫는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