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2시 인천시 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
"수도권 음식물 쓰레기 처리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쓰레기를 평소의 반절로 줄여주세요"
아파트 관리실 안내방송이 울려 퍼지면서 주부 임모(38)씨도 음식물 쓰레기가 꽉꽉 담긴 3ℓ짜리 봉지 2개를 두 손으로 들고 아파트 단지 앞 쓰레기수거장으로 걸어 나왔다.

수거장엔 수거통을 비집고 나온 음식물쓰레기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몇 개월 전만 해도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하는 수거통이 2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근 아파트 관리실에서 수거통을 5개로 늘렸다.

누구 하나 음식물 쓰레기를 거둬가는 업체가 없기 때문이다.

임씨는 "친지들이 집에서 추석을 쇠는데 음식물 쓰레기가 많이 발생할 것 같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아파트 악취도 점점 심해지고 살맛이 안 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전국의 19개 쓰레기 해양배출업체가 쓰레기 반입과 해양배출을 전면 중단한 지 2주째 되어가고 추석까지 다가오면서 비상이 걸렸다.

이미 쓰레기 탱크가 포화상태에 이른 쓰레기 수거 업체들이 수거 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데다 추석 연휴 뒤 버려지지 않은 음식물 쓰레기, 하수 찌꺼기, 축산분뇨의 양은 최다치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내년부터 축산폐수와 하수 찌꺼기의 해양배출을 전면 금지하겠다는 정부의 입법예고가 있고 나서 쓰레기를 해양에 배출하거나 수거하는 업체들이 일제히 영업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지역 곳곳에서 폐기물 육상처리시설 건립을 서두르고는 있지만 아직 또렷한 진척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인천의 한 폐기물 수거업체 관계자는 "추석 전에는 그나마 이틀에 한번 꼴로 수거를 다녔지만 추석 기간이나 그 이후로는 수거가 불가능하다"며 "해양 배출을 당분간만이라도 허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울산의 경우 해양에 배출된 폐기물 규모는 작년에 49만7천t. 폐수 27t, 하수슬러지 10만t, 음식물 2만9천t 등이 발생했다.

물론 울산에서는 하수 찌꺼기를 처리하는 자원화 시설이 새로 건립돼 전량 소각되고 있고 음식물 등 폐수도 적절히 처리하는 편이다.

그러나 추석이 지나면서 축산분뇨를 저장해둔 농가들의 탱크용량이 넘을 것으로 보여 울산시에도 비상이 걸렸다.

울산시 관계자는 "총 8개 농가에 돼지 분뇨와 톱밥 등 일부 농가 분뇨의 저장 용량이 포화상태를 맞게 될 것"이라며 "한 농가에서만 매일 5천t의 분뇨가 발생하고 있어 수차례 대책회의를 통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주군은 땅을 파서 비닐을 깔아 분뇨를 저장해두는 방법을 추진 중이다.

울주군 관계자도 "추석 연휴 전후가 '쓰레기 대란'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 시기"라고 말했다.

부산도 하루 평균 227t의 하수 찌꺼기를 바다에 버려왔지만 지난달 29일 이후 중단됐다.

부산시의 쓰레기 담당부서는 지난달 29일 이후 비상운영체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부산시는 추석 연휴 4일 동안 평소보다 쓰레기가 3~4배 이상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부산시 관계자는 "추석이 끝난 16~17일까지 버틸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그러나 그 이후에는 울산과 포항 등에 민영 육상매립장을 설치하는 방안을 서둘러 추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조만간 해양배출업체가 파업을 그만두지 않는다면 계약을 해지하고 부산에서 발생하는 모든 하수 찌꺼기를 육상매립장에 매립하겠다는 입장이다.

쓰레기 배출량이 많지 않은 여수와 목포는 그나마 상황이 조금 낫다.

목포시와 여수시는 "축산폐수나 분뇨는 대부분 육상에서 처리되고 있어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추석을 앞둔 시민들은 하나같이 "정부가 너무 갑작스럽게 해양 배출을 중단시켜 피해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2009년에도 정부가 바다에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 폐수의 배출기준을 강화하자 전국 110개 음식물 쓰레기 처리업체들이 한동안 처리를 거부해 문제가 된 바 있다.

인천의 한 축산농가 대표 김모(48)씨는 "해양배출이 중단될 경우 바다에 쓰레기를 버려왔던 업체들이 육상에서 매립이나 소각을 하면서 손실을 보는 만큼 어느 정도의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주부 손모(35)씨도 "정부가 바다에 쓰레기 배출을 중단한 만큼 일반 국민에게도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자세히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성우 장영은 조근영 조정호 최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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