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선 고전 중의 고전인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경극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은 왜 발레의 고전 '백조의 호수'를 한국 춤에 끼워맞추느냐고 하지만 캐서린 왕 중국 상하이국제아트페스티벌 추진위원장은 한국 춤이 낯선 관객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다며 크게 반기더군요. "

차이코프스키의 고전발레 '백조의 호수'를 한국 춤으로 재해석한 임이조 서울시무용단장(60 · 사진)을 세종문화회관 연습실에서 만났다. 창작무용극 '백조의 호수'는 오는 11월4일부터 이틀간 중국 상하이국제아트페스티벌(CSIAF)에 초청돼 상하이 인민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이 페스티벌에 우리나라 작품이 참가한 사례는 있지만 정식 공연장에서 단독 프로그램을 초청받은 것은 처음이다.

"중국 상하이국제아트페스티벌은 올해로 13회째예요. 중국 문화부와 상하이시가 주최하는 최대 규모의 페스티벌이죠.관람객만 300만명이 넘어요. 익숙한 음악과 스토리에 우리 춤을 입힌 '백조의 호수'로 올해 초청을 받았으니 내년부터는 가사문학의 대가 정철의 삶을 다룬 '사미인곡'이나 당찬 한국 여성의 모습을 보여줄 '황진이' 등 정통 레퍼토리로 공략할 겁니다. 80여명의 무용수와 스태프를 이끌고 전통 있는 극장에서 한국 춤을 선보이게 돼 기쁘면서도 어깨가 무거워요. "

차이코프스키의 고전발레 '백조의 호수'를 재해석한 창작무용극 '백조의 호수'는 지난해 초연,올해 5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재공연한 작품이다.

원작 발레는 지그프리드 왕과 오데트 공주의 사랑 이야기를 2막 4장으로 진행하지만 창작무용극은 고대 한반도 북부를 배경으로 가상의 부연국 지규 왕자와 비륭국 설고니 공주의 사랑 이야기로 꾸민 5장으로 구성돼 있다. 원작이 빠른 음악에 맞춰 고도의 기교를 부린다면,흑조의 캐릭터가 강렬하게 전달되는 창작무용극은 한국의 곡선과 정중동(靜中動)의 춤사위가 특징이다.

"한국 춤 공연은 아무리 해봐야 무용을 전공한 특정 집단만 관심이 있을 뿐,일반 대중에게 다가갈 수 없는 한계가 있었는데 이런 점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

그는 "상하이아트페스티벌 기획팀이 지난 5월 우연히 우리 작품의 DVD를 본 후 아시아에 이런 작품이 있었느냐,우리는 10년 전에 '백조의 호수'를 전통문화로 풀어내는 걸 고민하다 결국 못했다면서 이번 초청을 일사천리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