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제품과 제품,기술과 기술,사업과 사업이 만나 융합하는 순간 새로운 제품과 시장이 형성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컴퓨터와 휴대전화가 만나 스마트폰이 되고,한류열풍 속 가요시장과 관광산업이 만나 신(新)시장을 만들어 시너지 효과를 내기도 합니다. 산업융합의 다양한 요소 가운데 사업과 사업,기술과 기술을 결합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사업과 사업 결합을 위한 사업지도

사업과 사업을 결합하는 데는 사업지도가 많이 활용됩니다. 사업지도는 일반적으로 전방,후방,채널,상품의 네 개 축으로 이뤄집니다. 이를 중심으로 여러 개의 사업영역을 중첩해 기업이 영위하고 있는 핵심사업과 관련이 있는 사업지도를 그려봄으로써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더 높이거나 새로운 사업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전방은 사업의 하위활동으로 상품제조 후 필요한 물류와 유통 등을 말하며,후방은 사업의 상위활동으로 제조에 필요한 원자재 조달 등을 말합니다. 상품은 기존의 제품 및 서비스와 비슷한 동종 사업군 내의 다른 제품 및 서비스를 뜻하며,채널은 상품이 유통되는 경로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통신업에서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는 QPS(Quadruple Play Service)는 방송,초고속인터넷,인터넷전화,이동통신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것으로 사업과 사업의 연결원리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업모델입니다. QPS가 등장하기 전에는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외한 TPS(Triple Play Service)란 것이 있었습니다. QPS의 등장 이후 사용자는 유 · 무선 단말기를 이용해 이메일과 모바일 개인비디오저장장치 서비스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선택 가이드를 주는 도쿄 랭킹숍

또 다른 예로 일본 도쿄에 문을 연 랭킹숍이 있습니다.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정보의 홍수 속에 어떤 물건을 사는 것이 좋을지를 놓고 고민합니다. 이런 점을 간파해 소비자들에게 상품 정보를 제공하고 동시에 판매도 하는 소매점이 랭킹숍입니다. 사업방식은 이렇습니다. 도쿄스토어,도큐핸즈,오리콘 등 최근 유행상품을 주로 취급하는 유통업체들로부터 인기상품에 대한 판매 자료를 제공받습니다. 그리고 상품 판매순위를 1위에서 5위까지 매긴 뒤 해당 상품을 진열해서 판매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최신 유행을 파악할 수 있고 구체적으로 어떤 상품이 잘 팔리고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취급상품은 CD,서적,잡지,음료,가공식품,화장품,일용품 등으로 250~300여개 품목에 이르며 주 고객층은 유행에 민감한 20~30대 여성입니다. 하루 방문객 수는 점포당 평균 4000여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점포에 진열돼 있는 상품을 보는 것만으로도 최신 트렌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직접 구매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유행정보를 수집하고자 하는 고객들을 유인할 수 있어,상품 마케팅 측면에서도 큰 이점을 갖고 있습니다.

#기술에 기술 더하면 새 모델 나와

신사업 발상을 위해서는 기술과 기술의 결합을 시도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기존 기술에 새로운 가치를 부가해 잠재해 있는 기술의 효용을 발굴해내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주변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로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과 다른 기관이나 개인이 갖고 있는 기술을 확인한 뒤 지금까지 이 기술이 어떤 용도로 활용됐는지,휴면상태에 있다면 어떤 이유로 그렇게 된 것인지 등을 면밀히 살펴보는 것이 사업 발상의 시작입니다.

최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개발은 했지만 그동안 사용되지 않고 잊혀져 있던 휴면 특허기술 250건을 영국의 한 기술투자회사에 625만달러를 받고 판매했습니다. 이 투자사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으로부터 사들인 기술의 용도를 기존 분야에서 확장,다른 분야에도 두루 사용할 수 있도록 부가가치를 높인 뒤 되팔 계획이라고 합니다.

기술은 저마다 최초의 개발 목적을 갖고 있고,일반적으로 특정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설계됩니다.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이 원래 활용하고자 했던 목적과 부합하지 않거나 원하는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그러니 이처럼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기술을 찾아내 현재 활용하고 있는 기술에 더하는 것도 신사업을 일으키는 방법이 되는 것입니다.

#태생이 다른 기술도 융합하면 시너지

기존 방식과는 다른 방향으로 기술의 새로운 효용성을 찾기 위해 인접영역의 기술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접영역의 기술 중에 태생은 다르지만 비슷한 기능이나 특성을 갖는 기술이 있다면 이것과 접목해 새로운 영역에서 이 기술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접근이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태생이 다른 기술이 기존의 기술보다 성능이나 효율 면에서 앞서야만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객 니즈 및 기술 간 결합을 통해 기존에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조합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칫솔모를 섬세하게 잘 심는 기술을 가진 회사가 이를 인공 잔디 제조기술에 적용,기존 제품보다 더 섬세하고 내구성 있는 신제품을 만든다면 '칫솔+잔디'라는 새로운 조합의 창출이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또 크리넥스의 경우처럼 원래 화장솜 용도로 만든 제품을 판매하다가 고객들이 휴지를 일회용 수건처럼 사용하는 니즈를 인지해 화장솜을 한 장씩 뽑아 쓰는 일회용 화장지로 바꾼 것도 니즈와 기존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조합을 만든 사례입니다.

이는 아예 없던 것으로 전혀 새로운 상품을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기존의 것들을 융합시켜 전에 없던 시장을 만들어 내는 것이 사업 발상의 원리입니다. 여러분들의 사업과 제품에 무엇을 보태 그 가치를 더 높일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정리=이주영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연구원 opeia@hankyung.com


김종현 CJ경영연구소수석연구원 synclare@hanmail.net
△서강대 경영학과 졸업, KAIST 경영정보학석사,성균관대경영학박사 △한국종합기술금융,삼성경제연구소,CJ경영연구소 △저서 ‘히든마켓’‘새로운업의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