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부회장이 침 마르게 칭찬한 디큐브백화점 가보니…
"하루에 아홉끼 먹어보지 않았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

대체 믿으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7개월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면서 밥만 먹었다는 식신 박송규 선생이다. 아니 디큐브시티 박 과장이다. 사내에서는 한식탐방대 여섯 명 중에 한 명이다.

"작년부터 7개월동안 한식탐방대를 결성해서 2박3일씩 맛투어를 다녔어요. 한 번 투어를 시작하면 하루에 아홉 번씩 밥을 먹었거든요. 이젠 맛집과 맛에 있어서는 달인이 된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맛의 달인이 되어버린 그들이 하나하나 골라서 입점시켰다는 맛집이 즐비한 곳은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백화점이다. 지난 1일 가본 디큐브백화점에는 이렇게 들어선 식당이 60개에 달했다. 백화점의 총 매장수가 220개이니 이 중 27% 가량이 먹거리인 셈이다.

한식탐밤대가 지난해 봄부터 찾아다닌 거리만도 6000km, 1만5000리다. 서울에서 제주까지 200개 이상의 음식점을 찾아다녔다. 돌아다닌 맛집 이야기를 '식도락 여행'이라는 책에 담아 소개하기도 했다. 책에는 직접 발품을 팔아 살핀 맛집들의 면면과 메뉴 소개들이 빼곡히 담겨 있다. 백화점 내의 맛지도까지 펼쳐져 있다. '뭐 이런게 백화점인가' 싶을 정도로 먹을 것에 신경을 썼다.

디큐브백화점은 최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에게 칭찬을 받기도 했다. 국내 최대의 유통망을 이끌고 있는 정 부회장이지만 "평가를 하자면 너무 잘 만들었다"고 디큐브백화점에 대해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도심형 유통망으로서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것. 신세계가 유통망을 교외로 넓히고 있는데 반해, 시내나 도심에서는 이러한 유통형태도 나쁘지 않다는 얘기다. 이 같은 사례는 연구중이라고 정 부회장은 덧붙여 말하기도 했다.

연구대상 중에는 아마 한식탐방대로 포함될 듯 하다. 탐방대는 맛을 보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맛집들을 설득해 디큐브백화점안으로 끌어들였다.

5층 자리잡은 '바르미샤브샤브'도 이런 집 중에 하나다. 바르미샤브샤브는 대구가 원조인 집이다. 디큐브백화점에 입점하면서 서울에 처음으로 진출했다. 반응이 좋았는지 현재 프랜차이즈를 검토하고 있다. 샤브샤브 집임에도 샐러드바에 디저트까지 풍부하게 갖춰져 있었다. 벌써 입소문을 탔는지 평일에도 줄이 즐비하다.
정용진 부회장이 침 마르게 칭찬한 디큐브백화점 가보니…
또 다른 맛집은 지하 2층에 있었다. 델리존의 '미미네'다. 떡볶이와 새우튀김으로 홍대에서 유명세를 떨치던 그 곳이다. 일반인에게도 '연 4억 매출 분식집'으로 알려져 있다. 홍대의 대표 분식집으로 이름을 날리던 이 집 역시도 한식탐험대의 설득 끝에 입점됐다. 두 곳에 가게문을 열면 맛이 떨어진다는 사장의 판단에 따라 홍대쪽은 아예 문을 닫고 이 곳으로 이주해왔다.

박 과장은 "원래는 지하에 떡볶이 거리를 조성하려고 했어요. 홍대와 대학로에 유명하다는 떡볶이 집은 다 돌아 다녔고, 사장님들도 설득했죠. 거리 조성은 뜻대로 안됐지만 미미네는 이 쪽으로 옮겨와서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지하 1층과 2층 모두 식사할 수 있는 공간들이 빼곡했다. 이 중 눈과 코를 사로잡는 곳인 '한식 저잣거리'가 있었다. 한 쪽에서는 두부를 만들고 다른 쪽에서는 전을 부쳐냈다. 대청마루를 연상케하는 공간들과 한복입은 종업원들의 친절한 목소리가 손님들을 반겼다. 민속촌의 장터를 연상케 하는 한식저잣거리는 우리 맛으로 가득했다.

이 역시도 한식탐험대의 작품이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인 경주 양동마을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디큐브백화점의 대주주인 대성산업과 주식회사 이야기있는외식공간이 35억원을 투자해 '한식저잣거리'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아예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어서 백화점에 자리를 잡도록 했다. 앞으로 이 콘셉트로 다른 곳에도 한식저잣거리를 확장할 예정이다.

오진권 이야기있는외식공간 대표는 "우리 먹거리로 새로운 시도를 했는데, 손님들의 반응도 좋고 매출도 오픈한 이래 높다"면서 "앞으로 한식을 알릴 수 있는 브랜드로 알리고, 이러한 공간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한식저잣거리는 인사동이나 지방자치단체 등에 입점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디큐브백화점에 먹거리집은 단순히 매장수로는 25%지만, 면적으로는 35%를 차지하고 있다. 의류를 판매하는 매장보다는 큰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객단가는 일반적인 백화점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이 백화점에 패션브랜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스페인 패션브랜드인 ZARA 계열의 '버쉬카', '풀앤베어', '스트라디바리우스' 등 3개 브랜드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들어섰다. 도쿄 시부야의 '글래드뉴스'를 비롯해 '스톤마켓(일본 액세서리)','아하바(이스라엘 화장품)', '캐시반질랜드(미국 핸드백)' 등도 한국에 처음 진출하는 데 백화점을 선택했다.

그럼에도 백화점이 이렇게 먹는 것에 목숨걸게 된 이유는 근교 지리를 보면 답이 나온다. 디큐브백화점은 타임스퀘어(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이마트 영등포점)과 롯데백화점 영등포점과 2km도 떨어져 있지 않다. 여기에 대형유통점으로는 신도림역에서 같이 연결되는 테크노마트까지 있다. 길만 건너면 홈플러스신도림점도 떡하니 있다. 그야말로 코앞에 대한민국 유통망의 대표선수들이 에워싸고 있는 형국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최근 백화점마다 흔히 들어서 있는 영화관도 없다. 유아동 층인 4층에는 뽀로로파크가 국내 최대 규모로 대부분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스페이스신도림이라는 다목적공연장과 디큐브씨어터라는 대극장이 각각 7층과 9층에 있다. 각 층마다 공중정원이 넓직하게 자리잡고 있다.

백화점 하면 명품과 쇼핑만을 떠올린다. 하지만 디큐브백화점은 영등포 유통전쟁의 틈바구니에서 '놀고 먹기'에 승부수를 띄웠다. 벽면을 채운 풀들이 생화인 것처럼, 디큐브백화점의 새로운 시도가 고객의 '입' 뿐만이 아니라 '마음'까지 진심으로 사로잡을지 주목된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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