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전문가들은 한국 지방자치단체가 당장 일본 유바리(夕張)시나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 카운티처럼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지금처럼 방만한 살림살이가 지속된다면 파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내년의 총선과 대선이 지자체 재정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거의 속성상 정치인들은 당선되기 위해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기 마련"이라며 "지방으로 갈수록 선거 때마다 현실성 없는 개발사업이 등장한다"고 꼬집었다. 김선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수입원은 거의 증가하지 않는 데 비해 선심성 정책 남발로 지자체 살림살이가 크게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마다 처한 여건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천편일률적으로 진행되는 각종 개발사업도 재정 악화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김 연구원은 "많은 지자체들이 외지인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벽지에까지 관광단지를 만들고 있다"며 "지역별 특성에 맞춰 산업 · 관광단지 등 특성화된 개발사업을 계획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상헌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도 "지자체들이 지역 특색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역점 사업을 지자체별로 차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 재정이 악화되는 걸 막기 위해선 지역 단체 및 주민들의 감시와 중앙정부 차원의 통제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재정 상태를 개선하려면 세금을 올리거나 씀씀이를 줄이는 식의 인기 없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유권자들과 지역 단체 및 언론들이 이런 인식을 갖고 제대로 판단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이만우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 상태가 방만한 지자체의 경우 중앙정부에서 보전해주는 교부세를 줄이는 등의 강력한 재정감축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연구원은 "지자체 사업 중 수백억원이 소요되는 사업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정밀하게 검토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도 뒤늦게나마 지자체 재정부실화를 막는 안전판을 마련하기로 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자체 보조금 관리체계 강화 등 사전경보시스템 구축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지방재정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9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강경민/이현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