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으로 담배를 사서 다른 학생들에게 되파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가정에서 주의를 기울여주시기 바랍니다. ' 최근 서울시내의 M중학교는 학부모들에게 이런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M중학교 관계자는 "요즘 학생들이 인터넷으로 담배를 구하는 것은 흔한 일"이라며 "학부모들의 경각심을 일깨운다는 차원에서 보냈다"고 설명했다.

청소년들의 불법 담배 구매가 인터넷 대행 사이트,배달업체 등을 통해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지만 단속의 손길은 전혀 미치지 못하고 있다.

13일 기자가 '담배 구매','담배 사는법' 등의 검색어를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입력하자 청소년들이 담배를 구입하려고 올린 수많은 글이 쏟아졌다. 청소년들이 인터넷을 통해 담배를 구하는 방법은 다양했다.

흔히 볼 수 있는 각종 대행 사이트가 청소년들이 담배를 구입하는 주요 루트로 이용되고 있다. 심부름 대행 인터넷 카페에 한 이용자가 "부천 담배 좀 구해주실 분 구합니다. 가격은 정가+1000원,2~3갑 이상 구매합니다"는 글을 올렸다. 블로그를 확인한 결과 글을 올린 이용자는 중학교 2학년,14세다. 이 글에 또 다른 이용자가 "택배 거래도 가능하면 쪽지나 연락주세요. 010-5?C?C?C-5?C?C?C"라며 담배를 사주겠다고 당당하게 전화번호까지 공개한 댓글을 달았다.

일부 지역 청소년들은 퀵 서비스 등 배달업체를 통해 담배를 손쉽게 샀다. 이들 업체는 먹거리나 술,담배 등 싱글족이 요구하는 잔심부름을 해주는데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에 한해 서비스를 하고 있다.

한 심부름 업체에 전화를 걸어 담배를 주문해 보니 콜센터 직원이 물품과 배달지역을 바쁘게 물어볼 뿐,고객이 미성년자인지 여부는 확인하지 않고 주문을 접수했다. 배달료는 물건 값을 빼고 8000원.20여분이 지나자 오토바이를 탄 배달원이 약속된 장소에 나타났다. 대행 일을 한 지 3년째라는 김모씨(48)는 "한 갑이나 한 보루나 요금이 같은 데다 20분 내에 물건을 직접 받고 돈을 건네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자주 이용한다"며 "불법인 줄 아는데 실랑이를 벌일 시간이 없어 그냥 돈 받고 건네준다"고 털어놨다.

중고 물품 거래 사이트나 카페에서도 담배를 살 수 있다. 전자담배가 주로 거래되지만 일반 담배도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청소년에게 담배를 팔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이지만 이렇게 소규모로 암암리에 거래되는 것을 단속하기는 쉽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청소년에게 담배를 파는 것은 물론이고 담배 구매대행,우편거래도 불법이지만 특별히 신고나 수사 의뢰가 들어오지 않으면 수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담배를 우편거래하는 것은 2004년 담배사업법을 개정하면서 금지됐다. 하지만 서버를 해외에 둔 사이트는 적용받지 않아 버젓이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담배 업체 BAT의 S과장은 "그런 사이트가 있는 걸로 알고 있어 모니터링 팀을 운영하고 있다"며 "담뱃값이 상대적으로 싸지만 주문한 뒤 해외 특송으로 담배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이용자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지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사무총장은 "관계 당국의 단속 의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