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철호 씨(39)는 불과 넉 달 전만해도 그저 잊혀진 벤처기업인 가운데 한 명이었다. 1998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3학년 재학시절 정치인을 주식처럼 사고 팔아 정치적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게 하는 '포스닥(posdaq)'을 개설,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그는 2002년 이후 시장에서 홀연히 사라졌다. 이렇다 할 후속작을 못내고 잊혀져간 '반짝 가수'같은 신세였다. 사업 실패로 150알의 수면제를 먹고 병원에 실려간 일도 있었다. 가정생활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피를 토하는 시간이었다.

그런 그가 '화려한 재기'에 성공했다. 포스닥 이후 10여년 만이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이 기회가 됐다. 히트작은 '백그라운즈(Backgrounds)'.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쓸 수 있는 배경 화면을 무료로 제공하는 앱이다. 이 제품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다. 지난 5월24일 출시 이후 두 달 만에 전 세계 200개국에서 350만건이 다운로드,안드로이드 마켓 1위로 치고 올라갔다. 13일 현재 다운로드 건수는 525만건으로 불었다.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부동의 1위다. 구글 맵도 제쳤고 카카오톡도 순위 뒷 번호다. 연말까지는 1000만건 다운로드가 예상된다. 배경화면 밑으로 흐르는 광고를 통해 구글로부터 연간 수십억원의 수수료가 예상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벤처업계에서 절치부심하던 그는 스마트폰이 보급되자마자 앱 시장의 가능성을 간파했다. 신씨는 "10년 전 인터넷이 세상에 미치는 변화의 강도가 10이라면 스마트폰이 미치는 크기는 1000 정도가 될 것"이라며 "스마트폰이 글로벌한 무한 가능성의 시장을 활짝 열어 놓았다"고 말했다. 10년 전 인터넷 혁명이 사실상 '코리아와이드웹(kww)'혁명이었다면 스마트폰이 열어놓은 시장이야 말로 진정한 글로벌 시장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래서 회사 이름도 'OGQ(Open Global Question)'다. 세계시장을 상대로 개방정신을 갖고 항상 깨어 있겠다는 의미다. 그는 이런 확신을 갖고 지난 2월 후배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김무궁 이소라 박정수 씨 등 세 명과 의기투합했다. 그는 OGQ의 이사회 의장을 맡고 김씨는 대표에 앉았다.

무료 배경화면 앱을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온 건 지난 5월 초.네 명은 그날부터 밤을 새웠다. 최종 제품이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5일.그리고 출시 첫날 25만건의 다운로드 기록이 나왔다. 세계 11개국에서 보낸 열렬한 반응이었다.

"처음엔 저희도 어리벙벙했죠.성공할 거라 자신은 했지만 너무 강렬했어요. '아 이런 게 바로 스마트폰 시장이구나' 실감했죠."

신 의장은 머릿속에 500여건의 사업 아이디어가 쌓여 있다고 했다. 그는 이를 기반으로 앞으로 전 세계 1000만명이 쓰는 앱을 10개 정도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가장 안타까운 점은 똑똑한 후배들이 일을 시작해 보기도 전에 '내가 그런 일을 할 수 있겠어'라고 자포자기하는 거예요. "

신 의장은 벤처 1세대인 자신이 후배들에게 도전하고 성공하는 기업가의 귀감이 되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