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준 금융연구원장이 한국 금융회사들의 무사안일과 무능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은행 관계자들은 "정부의 관치 행태를 도외시한 것"이라며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김 원장은 최근 한국상장사협의회 월간지 '상장(上場)' 9월호에 기고한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언'에서 "국내 최대 은행의 규모는 세계 70위,아시아권에서는 17위 정도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최대 증권회사의 자본금도 대형 국제 투자은행(IB)의 2% 정도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한국의 금융자산 잔액을 명목 국민총소득(GNI)으로 나눈 비율인 금융연관비율은 8배로 선진국의 1980년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내 금융회사 영업 행태의 문제점도 비판했다. 김 원장은 "그동안 국내 은행들은 포화상태인 국내 시장에서 대출 경쟁을 확대해 매우 유사한 형태의 수익구조를 갖게 됐다"며 "이로 인해 외부 충격에 매우 취약해졌다"고 말했다. "단기적인 성과평가 경향으로 장기적인 전략경영 추진이 미흡했고,또 영업 위주의 경영을 하다 보니 금융전문가 양성을 위한 조직 문화가 형성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이에 따라 국내 금융회사들이 더 과감하게 해외에 진출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한 은행 임원은 "국내 금융회사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관치'라는 말로 대변되는 정부의 과도한 간섭"때문이라며 "김 원장이 이런 점은 왜 안 보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다른 은행 임원은 "김 원장이 무슨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