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구조조정을 앞둔 저축은행 업계가 실적 공포에 떨고 있다. 상장 저축은행들이 대규모 적자를 잇따라 발표하고 있어서다. 일부 저축은행은 심각한 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적자폭 확대

한국저축은행은 2010 회계연도(2010년 7월~2011년 6월)에 83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9일 금융감독원에 공시했다. 한국저축은행이 실적 공시를 낸 것은 '매출액 또는 손익구조 30%(대규모 법인은 15%) 이상 변동'의 경우 주총 2주일 전에 알려야 하는 의무 때문이다.

한국저축은행의 이 같은 적자폭은 2009 회계연도 122억원에 비해 대폭 확대된 것이다. 당기순이익은 2억원 흑자에서 1252억원 적자로 바뀌었다. 6월 말 현재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6.0%다. 한국저축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악화 등에 따른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 등이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한국저축은행은 주주 우선 공모 방식으로 100억원을 증자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저축은행 계열인 진흥저축은행도 지난해 영업손실 477억원으로 직전 연도(68억원)에 비해 적자폭이 커졌으며 당기순이익은 921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BIS 비율은 9.09%로 나타났다.

7개 대형 상장 저축은행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푸른저축은행은 영업이익 11억원을 기록했다. 직전 사업연도(76억원)에 비해 대폭 줄어든 수치다. 상장 저축은행 중 솔로몬저축은행과 제일저축은행은 재무제표 미확정으로 아직 실적을 공시하지 않았다.

◆자본 전액 잠식까지

신민저축은행은 영업손실 189억원,당기순손실 202억원을 기록했다. 신민저축은행은 특히 자기자본이 -35억원으로 자본잠식률이 129.5%에 달해 자본 전액 잠식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신민저축은행은 "부실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으로 실적이 대폭 악화했다"며 "유상증자를 계획 중이며 대주주 등이 증자 대금으로 5월 120억원을 회사에 예치한 상태"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유상증자 예치액을 감안한 6월 말 현재 BIS 비율은 6.39%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신민저축은행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고 이달 28일까지 자본 전액 잠식 해소를 입증하는 재무제표 등을 제출하지 못하면 상장폐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저축은행도 자본잠식률이 93.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저축은행은 영업손실 1093억원을 기록했으며 당기순손실은 1142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6월 웅진캐피탈이 인수한 서울저축은행은 대주주를 상대로 9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일부 중소형은 이익

마감 시한이 이달 말인 실적을 조기에 내놓는 저축은행들도 있다. 현재까지 국제 한국투자 등 15개 저축은행이 실적을 내놨다. 이들은 대부분 경영진단을 조기에 마치는 등 최근 금융당국의 검사 과정에서 큰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15개 저축은행 중 한 곳을 제외한 14개사가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실적을 발표한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고객들의 민원이 늘어 예년보다 공시 일정을 앞당겼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감사보고서를 발표한 곳은 경영진단을 거쳐 회계법인 결산 감사를 받은 곳으로 상대적으로 문제가 없는 곳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