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이 전한 추석 연휴의 화두는 '안풍(安風 · 안철수 바람)'과 박근혜 대세론이었다. 내달 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내년 총선,대선 등 잇단 정치 일정과 무관치 않다. 안철수 바람에 대해선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반응과 '해프닝'으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교차했다. 박근혜 대세론 역시 지역별로 견해가 달랐다. 의원들은 물가 오름세에 대한 성난 민심을 만나야 했다. 영 · 호남 텃밭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점도 확인했다. 의원들로부터 전국 각지의 민심을 들어봤다.

곽노현 사퇴 목소리 높아

▲이찬열(민주당 · 경기 수원 장안)

한나라당이 너무하다,민주당도 좀 잘 하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안철수 바람에 대해선 그런 사람이 정치를 어떻게 하겠느냐는 반응이 많았다. 정치는 해본 사람들이 해야 한다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은 빨리 그만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많았다. 경제 얘기는 별로 안 하더라.3일 동안 여섯 개 재래시장을 돌아봤는데 이제는 '잘살게 해달라'는 얘기는 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하나마나한 얘기니까 거의 포기한 상황이다.

안철수, 野 후보되면 해볼 만

▲오제세(민주당 · 충북 청주 흥덕갑)

대통령이 좋은 정책을 많이 내놓아도 그게 실천이 잘 안 되니까 국민들이 대통령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다.

안철수에 대해선 '서울시장 나오면 당선될 텐데 왜 안 나왔냐''내년 대선에 야권 단일후보로 나오면 당선되겠다' 등 긍정적인 반응들이 나왔다. 내년 총선 분위기는 민주당이 우세한 상황이다. 물가가 많이 올라 반(反)한나라당 정서가 강하다.

선진당 통합 후 분위기 좋아

▲김창수(자유선진당 · 대전 대덕)

충남에선 자유선진당의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 지금 분위기 대로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한다. 안철수 바람에 대해 젊은 사람들은 긍정적으로 얘기하는데 어르신들은 꼬집어서 말하지 않는다. 사실 인터넷 세대나 안철수에 대해 많이 알지 나머지는 잘 모른다. 충청권은 대구 · 경북(TK)다음으로 박근혜 지지가 괜찮은 편이다.

민주당내 불협화음 비판

▲이윤석(민주당 · 전남 무안 신안)

민주당이 불협화음을 내는 모습이 안 좋다고 했다.

서울시장 후보 하나 놓고 당이 계속 시끄러우면 어떻게 내년 총선 대선에 나가서 이길 수 있겠느냐는 얘기들이 많았다.

안철수에 대해선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상당했다. 안철수 바람이 분 것은 정치를 잘 못했기 때문이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라는 분위기도 있다. 민주당이라고 무조건 뽑아준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정부 물가정책에 실망

▲김정훈(한나라당 · 부산 남갑)

부산 출신인 안철수에 대해 지역민들은 '신드롬'으로까진 평가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에 대한 분위기가 안 좋은 것은 사실이다. 한나라당과 정부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얘기가 많다. 친이명박,친박근혜가 화합하고 보수 세력을 결집하고 중도를 끌어안지 않으면 박근혜도,한나라당도 위험하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물가를 잡을 방법이 없다고 하니까 많이 실망하더라.

부산 분위기 심상치 않아

▲이종혁(한나라당 · 부산 진을)

안철수에 대해 대통령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하지만 부산은 야성이 강한 야도(野都)로 불렸다. 안철수 사태로 야성이 살아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전반적으로 한나라당이 부산에서 1당을 너무 오래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거에는 지게짝대기만 꽂아도 당선됐는데 이제 그런 분위기가 아닌 건 사실이다.

박근혜 대세론 변함없다

▲최경환(한나라당 · 경북 경산 청도)

안철수에 대해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았지만 다들 하나의 '해프닝'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다. 서울시장 정도 되는 막중한 자리에 이벤트성 인사가 되는 것이 맞느냐는 의견이 많았다. 중앙에서는 '박근혜 대세론'이 흔들리고 있다고 난리였지만 우리 지역에서는 박 전 대표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보여주고 있다. 추석 직전 방영된'대통령과의 대화'와 관련,이명박 대통령이 현실과 맞지 않는 생각을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물가에 대한 불만도 많았다.

평창 이후 도민들 자신감

▲허천(한나라당 · 강원 춘천)

동계올림픽 유치 이후 강원도민들이 꼴찌라는 인식에서 많이 벗어나 자신감을 갖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하지만 재래시장을 돌아보니 올여름에 비가 많이 와서 농산물 수확량이 적고 품질도 떨어져 울상을 짓는 분들이 많았다. 김장철이 다가오는데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농민들과 상인들 모두 비상이었다. 농산물 피해에 대한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홍영식/구동회/허란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