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서울시장 보궐선거 불출마를 13일 선언했다. 유력한 후보로 꼽혀온 한 전 총리의 불출마로 민주당은 맥빠진 경선을 치를 전망이다. 동시에 범야권 후보로 나서는 박원순 변호사에게 무게 중심이 기우는 모양새다.

한 전 총리는 "앞으로 민주당의 혁신,야권과 시민사회의 통합 그리고 2012년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라며 "시장 선거에 불출마한다"고 밝혔다. 그의 대변인 격인 백원우 민주당 의원은 "지난 6 · 2 지방선거는 지지율 격차가 20% 이상으로 시작부터 불리했지만 이번 선거는 좋은 환경에서 출발할 수 있고,또 승리할 수 있는 후보들도 있다"며 불출마 이유를 설명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한 전 총리는 박 변호사와 서울시장 후보 지지율 1,2위를 다툴 만큼 유력 후보였다. 이에 따라 당내 중진과 소장파 의원들의 서울시장 출마 요청이 많았다. 한 측근은 "당에서 한 전 총리에게 출마해달라고 나선 것은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이후"라며 "그나마 당의 책임있는 사람으로부터는 연락이 한 번도 오지 않았다"고 섭섭한 감정을 내비쳤다.

한 전 총리가 빠지면서 후보 경선은 흥행에 실패할 것이라는 관측이 상당하다. 이미 공식 출마를 발표한 천정배 최고위원을 비롯해 추미애 의원,신계륜 전 의원이 25일 경선에 나설 예정이다. 원혜영,박영선 의원 등이 가세할 가능성도 있다.

손학규 대표는 이날 한 전 총리의 불출마 선언에 대해 "안타깝다"고 했다. 당 지도부는 한 전 총리의 불출마 발표를 사전에 알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박 변호사와 만나 "민주당의 문이 활짝 열려 있다"며 사실상 입당을 제의했다. 손 대표는 "이번 시장 선거는 야권통합의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 이것이 또한 내년 총선 대선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야권의 승리를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이에 대해 "현재로선 입당을 고려하지 않는다. 야권과 시민사회 통합후보의 길로 갈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기자들에게 "민주당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얘기한 적은 전혀 없다"고 말해 입당 가능성을 열어뒀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