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카드가 삼성에버랜드 지분 25.6%를 모두 매각한다. 이달 중 매각 주관사를 선정한 뒤 블록 딜(대량 매매) 형태로 처분할 방침이어서 이르면 10월 중 매각을 완료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계기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지난달 26일 외국계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입찰제안 요청서(RFP)를 발송해 주관사 선정 작업에 착수했다. 삼성카드는 RFP에서 "에버랜드 보유 지분(25.6%)을 전량 처분할 방침"이라고 밝힌 뒤 "지분을 매수할 투자자와 일정,가격,방법 등을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RFP를 받은 IB들은 지난 1일 프레젠테이션을 마친 후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블록 딜은 보통 주관사를 선정한 뒤 2~3주 안에 완료된다. 에버랜드 지분 매각 건도 이르면 다음달 중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증시에서는 에버랜드 지분 25.6%의 가치가 1조6000억원(주당 250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삼성카드가 추산한 장부가격 1조3657억원(주당 213만원)에 프리미엄을 얹은 수준이다.

삼성카드가 에버랜드 지분을 전량 매각하기로 한 것은 금산법(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 따라 내년 4월까지 에버랜드 지분을 5% 이내로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 규정도 지키고 지배구조 개편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블록 딜을 선택한 것으로 IB들은 보고 있다.

지분 매각이 끝나면 '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가 끊어진다. 이에 따라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지분이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계열 분리나 지주회사 설립 여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카드가 에버랜드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지분율 25.1%)을 포함한 이건희 삼성 회장 일가의 에버랜드 지분은 45.6%로 지배력에는 변화가 없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