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지현 씨(28)는 '눈치'를 보며 대형 커피전문점을 이용한다. 이 씨는 주로 출근시간에 잠을 깨거나 점심식사 후 입가심을 하기 위해 회사 인근 커피전문점을 찾는다. 하지만 마음은 매번 불편하다.

커피전문점의 상표가 새겨진 음료수 잔을 들고 가면 "된장녀다", "비싼 음료 들고 허세부린다"는 등의 말을 듣기 때문이다. 커피전문점의 수가 대폭 증가하던 때 '된장녀'라는 말이 유행하면서 '비싼 커피숍 음료=허세'라는 인식이 퍼진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 씨의 입장은 다르다. 그는 "커피가 5000원대이니 비싸긴 하지만 동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허세를 부리는 것은 아니다"며 "가격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면 기호식품인 커피를 얼마라도 주고 마실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가 자주 마시는 커피는 커피빈의 카페라떼로 1000~2000원짜리 편의점 및 패스트푸드점 커피보다 2.5~5배 비싸다. 하지만 이 씨처럼 고가의 커피라고 하더라도 기호에 따라 커피를 고르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 소비자가 대형 커피전문점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맛있어서'인 것으로 나타났다. '허세'로 여겨졌던 커피 선택의 기준이 이제는 '맛'으로 바뀐 셈이다.

오수진 숙명여자대학교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커피전문점의 대중화로 브랜드 커피를 된장녀와 연관시키는 단계는 이미 지나갔다"면서 "소비자가 커피전문점을 찾는 이유는 접근성이 좋고 전국 어디에서나 통일된 맛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16일 한국소비자원이 한국과학기술원 공정거래연구센터와 함께 대형 커피전문점 이용객 10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4.5%가 이같이 답했다. 다음으로 '주변에 많아 가기 편해서'(19.4%), '휴식하기 좋아서'(18.2%), '매장 분위기가 적어서'(16.8%) 순이다.

그렇다면 음료의 맛이 가장 좋은 대형 커피전문점은 어디일까.

한국소비자원이 2009년 기준 매출 상위 5개 업체인 스타벅스, 커피빈, 할리스, 엔제리너스, 탐앤탐스와 2010년 최다 매장 보유 업체인 카페베네의 커피맛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음료가 가장 맛있는 곳은 할리스와 스타벅스로 7점 만점에 평점 5.24점을 받았다. 할리스와 스타벅스는 평점이 가장 낮은 카페베네보다 0.23점 높았다. 쿠키, 케이크 등 사이드 메뉴의 맛이 좋은 곳으로는 커피빈(4.84점)이 첫 손에 꼽혔다.

또 매장의 분위기 및 시설이 만족스러운 곳은 카페베네, 메뉴의 가격이 가장 적정한 곳은 할리스인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이어 "대형 커피전문점의 소비자 만족도는 접근성 및 이용 편의성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면서 "다만 가격에 대한 만족도는 평균 4.10점으로 전반적인 소비자 만족도(4.83점)보다 낮았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