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어려운 처지다.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부상으로 손 대표의 지지율과 한때 30%까지 올랐던 당 지지율이 동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야권 대통합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손 대표가 공을 들이고 있는 박원순 변호사의 입당도 여의치 않다.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지만 손 대표는 담담한 모습이었다. 그는 1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지지율만 바라본다면 당 대표는 물론 정치도 그만뒀을 것"이라며 "민주당 스스로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권에서 대세론은 의미가 없다"며 "앞으로 더 큰 파동이 올지 모른다"고도 했다. 그는 포퓰리즘 비판에 대해 "국민의 요구를 충족하는 복지정책이 왜 포퓰리즘이냐"고 반문했다.

▼안철수 바람은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의 표현이라고 본다.

"안풍(安風)은 대중 정치의 모습이라기보다는 인터넷 시대에 나타난 새로운 정치의 특징이다. 특별한 스토리가 있는 스타를 좇는 것이다. 국정 능력과 상관없이 우리 사회가 갈구하는 새로운 도전정신의 반영인 셈이다. "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안 교수가 대선주자 반열에 올랐다.

"우리 정치는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문제가 있다. 현실정치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사람이 가상 상태에서 여론조사 대상이 되면 (다른 후보의) 지지율에 영향을 줄 것이다. 현실정치는 다르다. 여야 간 대결과 타협이 있고 거기에서 느끼는 것도 많다. 국민이 (안 교수를) 실제 겪어볼 수 있는 기회는 없지 않았나. "

▼안풍에 당의 존재감이 없어진 것 같다.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민주당은 그동안 민생을 위해 실질적인 일을 해왔다. 우리가 요구한 대 · 중 · 소기업 간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결국엔 한나라당에서 받았다. 물론 우리 정치인들은 (안철수 현상을) 겸손하게 자기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치와 정당은 국민들로부터 부여받은 책임을 수행한다는 자존심을 갖고 당당하게 임해야 한다. "

▼박원순 변호사가 민주당 입당에 부정적인 것 같은데.

"민주당은 87석의 제1야당이다. 국민이 우리 당에 그런 책무를 맡긴 거다. 그런 민주당을 존재감 제로로 취급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동시에 민주당의 문은 항상 열려 있고 범야권 통합 후보를 만들겠다는 의지도 확고하다. "

▼안풍에 3년간 유지돼 온 박근혜 대세론도 흔들리고 있다.

"정치에 대세론이라는 건 없다. 정치가 활발하게 변화하는 산물인 만큼 어떤 주어진 조건에서 정치 현상을 영구불변이라고 보는 일은 잘못이다. 총선까지는 6개월,대선까지는 1년 좀 넘게 남았다. 앞으로 어떤 더 큰 파동이 올지 모른다. "

▼손 대표 입지가 좁아진 건 아닌가.

"정치는 일희일비할 게 아니다. 여론조사상 지지율 등락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 쳐다볼 거면 정치 그만두고 당 대표도 그만둬야지.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다. "

▼손학규표 민생대책의 핵심은 뭐냐.

"일자리가 최우선이다. 법정 근로 시간을 줄여서 노동자에게 더 인간적인 생활을 보장하고 일자리를 늘리는 동시에 기업의 능률을 높이는 것이다. 또 대기업의 횡포를 막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일자리가 늘어나지도 않고 부가가치도 나오지 않는 토목건설에 20조~30조원을 쏟아부었다. 모든 경제의 중심은 일자리여야 한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서비스 등 새로운 성장 산업에 집중해야 한다. "

▼증세 없는 보편적 복지가 가능한가.

"부자감세 철회만으로도 5조원 정도 절감된다. 매년 예산 증가분을 복지에 쓰고 불필요한 것을 줄이면 33조원이 확보된다. 우리가 이런 재원조달 계획을 발표했는데 추가 증세 없이는 안 된다고 한다. 그들의 의도는 우리가 증세한다고 하면 '봐라,복지한다고 세금 더 내게 한다'고 긁으려는 거다. "

▼당내에서도 증세 얘기하지 않나.

"증세를 해서 복지한다고 하면 그거 못할 사람이 어디 있나. 지금은 국민에게 추가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복지를 실현하는 것이고 그게 능력이다. "

▼끝까지 희망버스를 타지 않았는데.

"야당이니깐 희망버스를 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당 대표가 중심을 잡아준 건 잘했다고 한다. 평가가 좋다. "

▼원칙있는 포용론을 제시해 당내 논란이 컸다.

"포용주의라는 말을 누가 만들었나. 바로 김대중 대통령이다. 영어 engagement를 포용으로 번역한 것이다. 햇볕정책은 정치적 슬로건으로 포장한 것이다. 햇볕정책과 포용주의가 다른 게 아니다. 북한을 끌어들여서 함께 동북아 평화를 도모할 것에 대한 고민이 없기 때문에 이 정부의 대북정책이란 건 없다고 할 수 있다. "

▼대통령이 공생발전론을 제시했는데.

"조어 정치 좀 안 했으면 좋겠다. 영어로 생태학적인 발전이라는데,현학적인 말장난에서 해방됐으면 좋겠다. 순수하게 민생 경제,중소기업,성장보다는 안정,서민생활을 우선한다고 쉽게 얘기하는 게 맞다. "

▼적극적 정부를 화두로 던졌는데.

"작은 정부라는 게 사실 위선이다. 이 정부가 기업에 다 맡긴 적이 있나. 대통령이 투자 안 한다고 호통치는 것도 다 개입이다. 말로만 작은 정부 하면서 기업 몇 개 줄인 것 외에 한 게 뭐가 있나. 기업 프렌들리를 외치면서 규제를 풀어 30대 기업의 계열사가 1500개로 늘어났다. 현대 정부에선 복지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국가가 세금을 걷어 국민 생활에 개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맹목적인 규제 완화가 능사는 아니다. "

▼포퓰리즘에 대한 비판이 많다.

"국민의 요구가 많아서 그것을 충족시키기 위해 복지를 하자는 것인데 그게 어떻게 포퓰리즘인가? 오히려 포퓰리즘이라는 용어가 너무 남발되고 있는 게 문제다. 대통령이 8 · 15 때도 그 말을 썼는데 대단히 잘못된 거다. '넌 나쁜 놈이다'처럼 비속어를 쓴 격이다. 포퓰리즘이라는 말로 국민을 선동하는 것은 정당정치가 아니다. "

대담=이재창 정치부장 / 정리=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