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태블릿PC '갤럭시 탭 10.1'의 독일 판매를 금지한 뒤셀도르프 지방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대해 불공정한 판결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법원 결정이 너무 성급했고 특허권을 과도하게 인정했다는 것이다. 독일의 유력 일간지 프랑크푸르트알게마이너자이퉁(FAZ)이 한 트위터의 글을 인용해 "삼성이 애플 디자인을 모방했다면 타이어 업체인 브리지스톤은 던롭의 둥근 타이어를 베꼈다는 말이냐"고 비꼬았을 정도다. 애플이 아이패드를 발표하기 이전에 나온 태블릿 기기들도 유사한 디자인을 채택했었다는 사실만 상기해도 능히 제기될 만한 지적이다.

특허 소송이 유독 뒤셀도르프 법원에 몰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 법정의 특허권자 승소 비율은 글로벌 평균인 35%의 두 배 가까운 63%에 이른다. 노키아가 애플을 제소해 이긴 곳도 이곳이었다. 문제는 자신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려줄 법원을 찾아다니는 이른바 '포럼 쇼핑(forum shopping)'이 난무하고 있는 점이다. 국가마다 판결이 달라 신뢰성이나 일관성도 무너지고 있다. 특허법은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와 무역관련지식재산권협정(TRIPs) 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속지주의적 한계를 못 벗어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업들도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특허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법률 분야의 세계화 속도가 다른 분야보다 한참 더딘 데서 오는 현상이라고 하겠지만 그만큼 국제적 협력의 필요성도 높다. 최근 특허괴물(patent troll)이 무차별적으로 남발하는 소송을 보면서 국제 공조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게 된다. 삼성에 대한 애플의 무리한 소송전략도 결국은 부메랑이 돼 자신을 향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특허권 자체는 언제나 논쟁거리지만 이로 인해 혁신이 막힌다면 이는 인류 공동의 손실이다. 미국 기업들이 특허소송을 막기 위해 올해 투입한 비용만 무려 180억달러(20조원)에 달한다. 이 막대한 돈이라면 새로운 혁신사업에 투자하는 게 낫다. 국제 특허분쟁에 대한 보다 진전된 해결책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