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창업정신이 실종된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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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유학생 한국에 安住가 목적
기업가정신 북돋는 사회 돼야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기업가정신 북돋는 사회 돼야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미국 실리콘밸리가 활기를 띤다는 소식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새로운 강자인 링크드인이 지난달 나스닥에 상장했으며 페이스북과 그루폰도 상장을 앞두고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생태계를 만들어내는 짜릿한 환호가 곳곳에서 들리면서 벤처 유전자를 DNA에 품은 대학교수나 대기업 엔지니어들이 고액연봉을 마다하고 이곳에 다시 뛰어들고 있다. 실리콘밸리에 투자된 금액만 1분기에 23억달러로 지난해 동기에 비해 53%가 늘었다. 미국 내 전체 벤처투자비의 절반이 이곳에 투자되고 있다. 덩달아 주택가격도 지난해보다 11%나 올랐다. 동부 하버드대에서 놀던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도 아예 이곳에 집을 장만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의 이런 분위기에 같이 동참할 한국인 창업자들을 구경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미 듀크대와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공동조사에 따르면 유학생들이나 이민자들이 세운 벤처에서 한국인 기업은 제로에 가깝다고 한다. 벤처의 승자 인도는 물론 중국과 일본 대만보다 훨씬 못하다. 실리콘 밸리에서 자리를 제대로 잡아야만 세계적인 기업가가 된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다. 애플도 구글도 이곳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비단 실리콘밸리뿐만 아니다. 기술벤처 집약지로 유명한 노스캐롤라이나나 보스턴 MIT(매사추세츠공대) 주변의 루트128에서도 한국인 벤처를 찾기는 쉽지 않다.
한국은 일본이나 대만 독일보다 미국 유학생이 많다. 올해엔 인도보다 더 많은 유학생이 미국에서 공부한다. 이처럼 유학생을 미국에 많이 보내는 나라가 미국에서 창업하지 않으려 하는 것을 정작 미국인들도 의아해한다.
1990년대 중반까지 미국유학생들은 석 · 박사 학위를 받으면 한국으로 돌아오기 바빴다. 한국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그들을 맞이했기 때문이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 국내 대학과 대학생들의 급격한 증가는 바로 이들 인력이 뒷받침해줬다. 당시 학위를 받고 5년 이내에 미국에 남은 한국인은 10%도 채 되지 않는다는 보고도 있다. 2000년 들어 한국 대학에 일자리가 포화되고 나서도 이들은 실리콘밸리가 아니라 미국 대학과 대기업을 찾아나서고 있다. 특히 미국 주립대는 우수한 한국 박사들이 들어가기 비교적 쉬운 대상이었다. 물론 주립대 교수라는 타이틀은 나중에 한국 대학에서 일자리를 찾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국민소득 2만달러밖에 되지 않는 국가에서 국민들을 안주하게 만드는 제도와 시스템이 문제다. 이 시스템에서 정신이 병들어 간다. 젊은이들은 여전히 고시 공부에 매달려있고 대기업만 선호한다. 미래에 대한 자발적 도전은 겁낸다. 물론 체면과 명분을 강조하는 문화에서 실패 경험은 가장 두려운 요소다. 하지만 기업가들은 이런 실패를 감내하고 기업을 일군다. 고 정주영 이병철 같은 분들이 도전하던 때에도 여전히 관료와 대학교수 정치인들이 활개를 치는 사회였다. 창의성과 노력을 기반으로 부를 창출해 사회적으로 기여하려는 꿈은 오히려 비난의 대상이다. 지금은 그런 영웅들조차 찾기 힘든 사회가 되고 말았다. 안철수 씨도 결국 기업 경영에서 승부나는 것을 포기하고 교수로 자리를 옮겼고 정치판을 넘나들고 있다. 기업인들이 국내에서 대접받는 분위기가 선행돼야 실리콘밸리에서 한국 젊은이들의 강건한 영혼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하지만 실리콘밸리의 이런 분위기에 같이 동참할 한국인 창업자들을 구경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미 듀크대와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공동조사에 따르면 유학생들이나 이민자들이 세운 벤처에서 한국인 기업은 제로에 가깝다고 한다. 벤처의 승자 인도는 물론 중국과 일본 대만보다 훨씬 못하다. 실리콘 밸리에서 자리를 제대로 잡아야만 세계적인 기업가가 된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다. 애플도 구글도 이곳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비단 실리콘밸리뿐만 아니다. 기술벤처 집약지로 유명한 노스캐롤라이나나 보스턴 MIT(매사추세츠공대) 주변의 루트128에서도 한국인 벤처를 찾기는 쉽지 않다.
한국은 일본이나 대만 독일보다 미국 유학생이 많다. 올해엔 인도보다 더 많은 유학생이 미국에서 공부한다. 이처럼 유학생을 미국에 많이 보내는 나라가 미국에서 창업하지 않으려 하는 것을 정작 미국인들도 의아해한다.
1990년대 중반까지 미국유학생들은 석 · 박사 학위를 받으면 한국으로 돌아오기 바빴다. 한국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그들을 맞이했기 때문이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 국내 대학과 대학생들의 급격한 증가는 바로 이들 인력이 뒷받침해줬다. 당시 학위를 받고 5년 이내에 미국에 남은 한국인은 10%도 채 되지 않는다는 보고도 있다. 2000년 들어 한국 대학에 일자리가 포화되고 나서도 이들은 실리콘밸리가 아니라 미국 대학과 대기업을 찾아나서고 있다. 특히 미국 주립대는 우수한 한국 박사들이 들어가기 비교적 쉬운 대상이었다. 물론 주립대 교수라는 타이틀은 나중에 한국 대학에서 일자리를 찾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국민소득 2만달러밖에 되지 않는 국가에서 국민들을 안주하게 만드는 제도와 시스템이 문제다. 이 시스템에서 정신이 병들어 간다. 젊은이들은 여전히 고시 공부에 매달려있고 대기업만 선호한다. 미래에 대한 자발적 도전은 겁낸다. 물론 체면과 명분을 강조하는 문화에서 실패 경험은 가장 두려운 요소다. 하지만 기업가들은 이런 실패를 감내하고 기업을 일군다. 고 정주영 이병철 같은 분들이 도전하던 때에도 여전히 관료와 대학교수 정치인들이 활개를 치는 사회였다. 창의성과 노력을 기반으로 부를 창출해 사회적으로 기여하려는 꿈은 오히려 비난의 대상이다. 지금은 그런 영웅들조차 찾기 힘든 사회가 되고 말았다. 안철수 씨도 결국 기업 경영에서 승부나는 것을 포기하고 교수로 자리를 옮겼고 정치판을 넘나들고 있다. 기업인들이 국내에서 대접받는 분위기가 선행돼야 실리콘밸리에서 한국 젊은이들의 강건한 영혼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