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 이후 첫 거래일인 14일 국내 증시는 유럽발(發) 우려에 3% 이상 급락했다. 증시전문가들은 유로존(유로화 사용국)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할 것을 조언했다.

윤지호 한화증권 투자분석 팀장은 "시장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앞서 반영하면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유럽과 미국 등 현재 대외적인 상황이 어려운 국면인 것은 맞지만, 펀더멘탈(기반요인)이 건재한 상태에서 시장의 불안심리가 과하게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장 후반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프랑스 대형은행인 소시에테 제너랄과 크레디트 아그리콜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증시는 급격하게 낙폭을 확대했다. 이 무렵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도 4개월여 만에 1100원대로 급등했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역시 "시장에서 원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불안감이 자꾸 커지고 있다"며 "해결책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부분이 부각되면서 실제 우려보다 심리적인 쏠림 현상이 심화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윤 팀장은 "다소간의 긍정적인 소식이 나와 준다면 불안한 투자심리 때문에 빠졌던 부분을 급격하게 되돌리는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런 경우 에너지 화학 IT(정보통신) 업종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주말부터 다음주까지가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게 윤 팀장의 예상이다.

14일(현지시간) 그리스 6차분 구제금융 관련 실사단 협상과 15일 이탈리아 국채만기 도래, 16일 EU 재무장관회담 등이 반드시 확인해야 할 이벤트로 꼽힌다. 특히 EU 재무장관회의에서 그리스 구제금융에 따른 담보문제와 안정기금의 추가 증액 여부가 어느 정도 선까지 나올지가 관건이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현재 낙폭이 과대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라면서도 "현재 지수대에서 적극적으로 매수하기보다는 최소한 이번 주말 이벤트까지는 확인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충고했다.

만약 주말 이후 대외 불확실성을 완화해줄 호재가 나와 지수 반등을 기대해볼 수 있다면 기존 주도주중 자동차와 정유주 쪽을, 그 반대의 경우에는 내수주 중에서도 음식료나 기계주 쪽으로 관심을 가지라는 게 김 연구원의 판단이다.

그러나 대외 불확실성이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공격적인 투자는 자제하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이 연구원은 "이달 중 대기중인 이벤트들을 다 확인하고 시장이 안정세를 찾는 기미가 보인 뒤에 신규 투자에 들어가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도 "지금은 매우 조심스러운 구간"이라며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면 매수 타이밍을 좀 더 늦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배 연구원은 "이달 전반에 걸친 이슈를 다 확인한 뒤 분할 매수에 들어간다면 1800초중반선까지는 업종 대표주들이 상대적으로 반등 속도가 빠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