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광산업체들이 올 4분기 공급하는 철광석과 유연탄 등 철강원료 기준가격이 다소 떨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업체들은 4분기 철강재 판매 기준가격을 동결할 예정이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강재값이 묶이면서 자동차 조선 건설 등 연관 제조업체들의 생산 원가도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4분기 원료값 불안한 약보합세

14일 업계에 따르면 신일본제철 JFE스틸 등 일본 철강업체들은 호주 광산업체인 BHP빌리턴 등과 올 4분기 공급받는 강점탄 기준가격을 3분기 t당 315달러보다 10%가량 내린 285달러 선에서 잠정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점탄은 쇳물을 만들 때 필요한 유연탄의 절반을 차지하는 원료다. PCI탄과 미분탄 등의 가격도 비슷한 수준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지난 1분기 호주 현지 홍수로 단기간에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유연탄 값이 진정세에 접어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3분기 t당 169달러였던 브라질 발레의 철광석 가격은 4분기 167달러 선에서 협상이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포스코가 들여오는 4분기 유연탄과 철광석 가격도 같은 수준에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4분기 철광석과 유연탄 가격은 약보합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내년 1분기엔 원료값이 오름세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물 가격이 다시 오르고 있어서다. 인도가 철광석 수출 제한조치를 내린 데다 BHP빌리턴 등이 파업에 들어가면서 철광석과 유연탄 가격이 들썩이고 있는 분위기다.

◆철강업계,할인폭 축소

2년간 급등해온 철강 원료값이 진정세를 보임에 따라 올 4분기엔 쇳물 생산에 들어가는 원료값 비중도 약간 내려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하지만 포스코는 올 4분기 열연강판 냉연강판 후판 등 주요 철강재 기준가격을 동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원료값이 다소 하락했지만 여전히 과거에 비해 높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철광석값은 2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3배가량 올랐다. 국내 철강사들이 물가 안정을 원하는 정부 때문에 원료값 인상분을 제품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온 이유도 있다.

포스코가 4분기 철강재 기준가격을 동결하면 현대제철 동국제강 동부제철 현대하이스코 등 다른 업체들도 기존 기준가격을 유지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국내 철강시장에서 포스코의 철강재값이 사실상 기준가격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포스코의 열연강판,후판 기준가격은 현재 각각 t당 106만원,111만원이다.

철강업체들은 기준가격을 동결하는 대신 유통시장에서 할인 폭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대제철은 이미 열연강판 할인 폭을 t당 5만원 줄였다. 포스코도 할인 폭 축소를 고민하고 있다. 그동안 철강업체들은 유통시장에서 기준가격보다 10~15%가량 싸게 제품을 공급하는 할인율을 적용해 왔다. 일본과 중국 철강사들이 대(對)한국 수출 단가를 낮춰 덤핑수출에 나서면서 국내 유통시장에서 철강재값이 붕괴된 탓이다.

수요 업계에선 철강업체들의 할인 폭 축소 방침을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유통가격이 크게 떨어지고 철강사마다 재고가 쌓인 상태이기 때문에 수요 업체들이 할인폭 축소 방침을 받아들이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수요 업체들이 철강재값 인하를 요구하고 나서면 업계 간 갈등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