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번째는 '마(魔)의 3분의 1' 벽을 넘을까. 여인국 과천시장에 대한 주민소환투표 청구가 접수됨에 따라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천시민들은 "여 시장이 시민의 의사와 관계없이 보금자리 지구지정을 수용하는 등 정부 과천청사 이전 대책을 소홀히 한 책임을 묻겠다"며 지난 8일 1만2144명(과천시민 5만4707명의 22.2%)이 서명한 청구 서명부를 제출했다.

확인작업 등을 거쳐 11월께 투표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강구일 주민소환운동본부 대표는 "무능행정에 대한 분노가 크고 주민들이 넓지 않은 곳에 모여 살고 있어 투표운동을 통해 충분히 투표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07년 7월 시행된 주민소환제로 지금껏 25건의 자치단체장 소환운동이 추진됐지만 대부분 주민서명을 청구요건(광역단체장 10%,기초단체장 15%,기초 · 광역의원 20%)만큼 받아내지 못해 무산됐다. 실제 투표에까지 이른 경우는 2007년 광역 화장시설 유치에 나선 김황식 경기 하남시장과 2009년 해군기지 유치를 추진한 김태환 제주지사 등 2건에 불과했다.

그나마 이 두 건의 소환투표도 주민들의 무관심으로 투표율이 각각 31.3%와 11%에 그쳐 개표요건(유권자의 3분의 1 이상 투표)을 갖추지 못해 자동으로 폐기됐다.

반면 지자체 주요 정책에 대해 실시하는 주민투표제는 주민들의 직접적 이해가 걸리면서 대부분 개표요건을 넘겼다. 2005년 치러진 세 차례의 주민투표 가운데 제주도 행정체계 개편 관련 주민투표는 36.7%의 투표율로 통과됐다.

충북 청주시와 청원군 통합안은 37.8%의 투표율을 기록했지만 반대가 더 많아 무산됐다.

같은 해 11월 방폐장 유치 주민투표도 전북 군산 등 4개 지역의 투표율이 모두 3분의 1을 넘었고 유치 찬성률이 가장 높은 경북 경주로 입지가 결정됐다. 다만 서울시 무상급식 투표는 야당 측의 거부 운동으로 투표율이 25.7%에 그쳤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사퇴 이후 주민(소환)투표의 개표 요건을 전체 유권자의 '4분의 1'로 낮추자는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이재율 행안부 지방행정국장은 "현재로선 기준 변경에 대해 검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