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경제가 과도한 외화 유입에 따라 생성된 '버블'로 몸살을 앓고 있다. 화폐가치는 물론 부동산 가격과 물가 등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중국,터키 등 다른 신흥국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브라질의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는 2009년에 비해 86.8% 늘어난 485억달러를 기록했다. 사상 최대치다. 올 상반기에도 385억달러를 기록,전년 동기 대비 260%나 급증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경제가 위기에 직면하자 글로벌 투자자금이 신흥국에 집중된 탓이다.

그러나 지나친 외화 유입으로 부작용도 심각하다고 WSJ는 전했다. 가장 큰 문제는 물가 급등이다. 브라질 상파울루의 영화관람료와 택시요금,코카콜라 가격 등은 뉴욕보다 비싸다. 리우데자네이루의 아파트 가격은 2008년 이후 두 배로 뛰었고,상파울루의 사무실 임대료는 맨해튼보다 높다. 인건비도 치솟아 브라질 현지 투자은행에서 직원을 뽑으려면 뉴욕 월가보다 더 많은 연봉을 줘야 한다.

헤알화가 급등하면서 제조업 경쟁력도 약화됐다. 원가 상승과 값싼 중국산 제품 유입 등으로 브라질 6월 산업생산은 전월에 비해 1.6% 줄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 감소한 것이다. 헤알화 가치는 2009년 초에 비해 36% 급등했다.

헤알화 강세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해지고 성장이 둔화되자 브라질 중앙은행은 1년간 유지했던 '긴축' 기조를 포기했다. 지난달 말 기준금리를 12.5%에서 12%로 내렸다. 금리 인하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것이라는 논란이 있었지만 밀려드는 외화를 차단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중앙은행은 해명했다.

브라질뿐 아니라 중국,터키 등 대부분의 신흥국들도 넘치는 외국인 투자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국에서는 식료품 가격이 급등해 소요가 일어날 조짐이라고 WSJ는 전했다. 터키도 통화가치가 올라가는 것을 막기 위해 최근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했다.

전문가들은 급속도로 밀려든 외화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경우 거품이 끼었던 신흥국 경제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 등이 글로벌 자금 흐름을 갑자기 바꿔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외화 자금의 급격한 유입은 버블이나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신흥국 경제를 성장궤도에서 이탈시키고 사회적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