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정원은 7명이다. 한은법 제13조에 그렇게 명시돼 있다. 그런데 이 규정은 사문화된 지 오래다. 대한상의가 추천한 박봉흠 위원이 지난해 4월 임기 만료로 물러난 뒤 아직까지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고 있다. 한은 61년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한은 간부들은 금통위원 공석 얘기만 나오면 '우리도 답답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가만히 있는데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는 태도다.

김중수 한은 총재도 마찬가지다. 지난 8일 기준금리 동결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비어 있는 금통위원은 언제쯤 채워질 수 있나"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 총재는 "글로벌 경제와 시장을 잘 아는 전문가가 왔으면 좋겠다"는 기존의 답변만 되풀이했다. "대통령이 빈 자리를 빨리 채워줘야 한다"는 말은 꺼내지도 않았다.

김 총재는 사석에선 "(한국의 금통위에 해당하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도 오랫동안 정원이 비어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FOMC는 한국과 사정이 다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후보를 지명했지만 의회의 인준을 받지 못했을 뿐이다. 임명 시도조차 없는 한국과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청와대는 '파행 금통위'가 답답하지 않은 모양이다. 그동안 빈 자리를 채울 기회가 얼마든지 있었다. 하지만 그냥 시간을 흘려보냈다. 지난 6일 차관급 인사 때도 한은 직원들은 "혹시…"하며 촉각을 곤두세웠지만 결과는 "역시…"였다.

한 금통위원은 기자에게 "내년 4월까지 지금 상태가 계속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내년 4월에는 현재 6명의 금통위원 중 이주열 부총재와 강명헌 · 김대식 · 최도성 위원의 임기가 끝난다. 이제 와 빈 자리를 채우면 'MB맨(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을 앉히려고 인사를 미뤘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어 그때 한꺼번에 인사를 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 아니냐는 얘기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가 제2의 글로벌 금융위기로 번지고 있는 상황에서 거시 경제정책의 한 축을 담당하는 한은 금통위를 이렇게 비워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는 전문가는 한 명도 없다. 금통위원 6명이 3 대 3으로 의견이 맞설 때 마지막 캐스팅 보트를 총재가 행사하라는 한은법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주용석 경제부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