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들어와 있는 유럽계 자금은 800억달러 정도다. 이 가운데 주식이 30%가량이고 나머지는 채권과 은행차입 등이다. 채권과 은행차입은 만기가 있기 때문에 일시에 빠져나갈 수는 없다.

유럽계 금융회사가 투자한 240억달러가량의 주식투자자금이 당장 떠날 수 있는 돈으로 분류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유럽계 주식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가더라도 3100억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을 감안할 때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며 "정부는 시장에 충분한 외화를 공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중국과 300억달러,일본과 13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어놓은 것이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다. 수출로 벌어들인 기업 외화자금도 긍정적이다.

문제는 자금 압박에 몰린 유럽 금융회사들이 한국의 주식과 채권에 투자한 돈을 대거 회수하게 되면 다른 외국인 투자자들이 심리적 불안에 빠져 동반 이탈할 가능성이다.

현재의 외환보유액만으로 대처하기 힘들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부에서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다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출량 감소도 우려된다. 글로벌 펀드매니저들 사이에서 유럽 경제가 1년 안에 침체 국면에 빠질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BOA메릴린치가 전 세계 203명의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유럽의 경기침체 가능성을 지적한 응답자 비율은 지난달 14%에서 이달 55%로 치솟았다.

유럽지역 펀드매니저의 대다수는 향후 2분기 동안 유럽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마이클 하트넷 BOA메릴린치 글로벌 주식전략가는 "유럽의 경기침체 우려가 일본 등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도 커졌다.

정부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5%에서 4.8%로 하향한 데 이어 또다시 4% 중반으로 낮추려는 것도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서욱진/강지연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