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스팩 불신' 키우는 거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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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팩이라고 해도 상장 예비심사에서 떨어진 기업과 이유를 공개할 수 없습니다. "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지난 9일 하이투자증권의 스팩(SPAC · 기업인수목적회사)이 합병상장 예비심사에서 미승인 처분을 받은 뒤 그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거래소는 기업공개(IPO)를 희망하는 기업이 상장 예비심사에서 떨어질 경우 그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다. 상장 기준에 미달한 기업이 알려지면 불이익을 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관련 내용을 주관 증권사와 회사에만 통보해줄 뿐이다.
이 기준은 스팩에도 적용되고 있다. 스팩을 통해 상장하려고 했다가 떨어진 비상장 기업이 알려지면 나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게 거래소의 설명이다.
하지만 스팩과 일반기업의 IPO는 엄연히 다르다. 일반 IPO의 경우 심사에서 떨어져도 그 피해는 제한적이다. 비상장 기업의 대주주와 벤처캐피털 등 소수의 투자자만 영향을 받을 뿐이다. 스팩은 아니다. 스팩과의 합병을 통한 상장이 불발하면 비상장 기업 주주뿐 아니라 스팩 주주들도 영향을 받는다. 스팩은 이미 상장돼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래소는 스팩이 합병상장 예비심사에서 떨어진 경우에도 내용을 밝힐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일반 IPO와 스팩이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미승인 여부조차 공개하지 않는다. 스팩 측이 미승인 발생 내용을 공시할 뿐이다. 이는 스팩 주주들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게 증권업계의 지적이다.
미승인 사유가 공개되지 않을 경우 공정성 논란도 일 수 있다. 하이투자증권 스팩이 합병하려 했던 바이오디젤업체인 엠에너지는 지난달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제이씨케미칼과 업종 및 외형이 엇비슷하다. 엠에너지의 지난해 매출은 880억원으로 제이씨케미칼(911억원)보다 약간 뒤질 뿐이다.
두 회사의 업종도 바이오디젤로 같다. 그런데도 거래소는 대기업들이 바이오디젤 사업에 뛰어들어 시장을 장악하면 엠에너지의 매출이 유지될 수 없다며 하이투자증권 스팩과의 합병 상장을 승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같은 사업을 영위하면서 외형도 엇비슷한데 한 곳은 상장을 승인하고,한 곳은 승인하지 않은 셈이다. 구체적인 사정을 따지지 않고 교과서 같은 규정만 들이대는 거래소를 투자자들이 왜 불신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안재광 증권부 기자 ahnjk@hankyung.com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지난 9일 하이투자증권의 스팩(SPAC · 기업인수목적회사)이 합병상장 예비심사에서 미승인 처분을 받은 뒤 그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거래소는 기업공개(IPO)를 희망하는 기업이 상장 예비심사에서 떨어질 경우 그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다. 상장 기준에 미달한 기업이 알려지면 불이익을 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관련 내용을 주관 증권사와 회사에만 통보해줄 뿐이다.
이 기준은 스팩에도 적용되고 있다. 스팩을 통해 상장하려고 했다가 떨어진 비상장 기업이 알려지면 나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게 거래소의 설명이다.
하지만 스팩과 일반기업의 IPO는 엄연히 다르다. 일반 IPO의 경우 심사에서 떨어져도 그 피해는 제한적이다. 비상장 기업의 대주주와 벤처캐피털 등 소수의 투자자만 영향을 받을 뿐이다. 스팩은 아니다. 스팩과의 합병을 통한 상장이 불발하면 비상장 기업 주주뿐 아니라 스팩 주주들도 영향을 받는다. 스팩은 이미 상장돼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래소는 스팩이 합병상장 예비심사에서 떨어진 경우에도 내용을 밝힐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일반 IPO와 스팩이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미승인 여부조차 공개하지 않는다. 스팩 측이 미승인 발생 내용을 공시할 뿐이다. 이는 스팩 주주들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게 증권업계의 지적이다.
미승인 사유가 공개되지 않을 경우 공정성 논란도 일 수 있다. 하이투자증권 스팩이 합병하려 했던 바이오디젤업체인 엠에너지는 지난달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제이씨케미칼과 업종 및 외형이 엇비슷하다. 엠에너지의 지난해 매출은 880억원으로 제이씨케미칼(911억원)보다 약간 뒤질 뿐이다.
두 회사의 업종도 바이오디젤로 같다. 그런데도 거래소는 대기업들이 바이오디젤 사업에 뛰어들어 시장을 장악하면 엠에너지의 매출이 유지될 수 없다며 하이투자증권 스팩과의 합병 상장을 승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같은 사업을 영위하면서 외형도 엇비슷한데 한 곳은 상장을 승인하고,한 곳은 승인하지 않은 셈이다. 구체적인 사정을 따지지 않고 교과서 같은 규정만 들이대는 거래소를 투자자들이 왜 불신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안재광 증권부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