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카드가 삼성에버랜드 지분 정리에 나서자 증시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1조원 이상의 현금 유입이 예상되는 삼성카드는 물론 CJ와 삼성물산 등이 수혜주로 꼽힌다. 삼성카드가 14일 공식 입장을 밝힘에 따라 이들 주가는 급락장 가운데서도 선방했다. 앞으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재편 이슈가 부각될 때마다 관련주의 주가가 들썩일 가능성이 높다.

◆삼성카드 장중 9.36%까지 올라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팀 부사장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금산법(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삼성카드가 에버랜드의 지분 25.6% 중 20.6%를 내년 4월까지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서 (외국계 투자은행들에) 입찰제안의향서(RFP)를 발송한 것은 사실"이라며 "순환출자구조가 수직으로 바뀌게 됐다"고 말했다.

본지 9월14일자 A1, 5면 참조

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가 끊어진다는 의미다. 그는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데는 10조원 정도 비용이 들어 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삼성카드는 삼성에버랜드 지분 25.6%를 보유하고 있다. 에버랜드에 대한 장부가액이 1조3733억원(6월 말 기준)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매각 시 현금 유입액은 1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 여파로 이날 삼성카드 주가는 장중 9.36% 급등했다.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며 2.52% 내린 4만6350원에 거래를 마쳤지만 기대감은 여전하다.

이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에버랜드 지분을 매각하면 삼성카드 시가총액(5조6991억원)의 20% 정도에 달하는 현금이 들어온다"며 "다만 명확한 사업계획이 제시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장중 차익실현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에버랜드 지분을 2.35% 보유한 CJ 주가는 장중 2.33% 올랐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비상장 지분의 가치가 구체화된다는 점과 향후 에버랜드가 상장할 가능성에 기대를 건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물산과 삼성전자도 수혜주로 꼽힌다. 향후 삼성이 지주회사 체제로 구조를 재편할 경우 지주회사로 편입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경우 그룹에서 갖는 영향력은 그만큼 커지게 된다. 다만 삼성전자의 경우 111조원에 달하는 시가총액을 감안하면 주가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블록 딜 가능성 높다"

관련주 움직임은 향후 지분 정리 시나리오가 어떻게 확정되느냐에 달려 있다. 삼성카드 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블록 딜(대량매매)과 공모(IPO) 등 다양한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적정 가격 산정에 대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IPO를 택할 가능성도 있지만,블록 딜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RFP를 돌렸고 딜 규모가 크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국내외 연기금이나 IB,외국 기업들이 지분을 쪼개 매입할 가능성이 크다"며 "향후 투자자들의 차익실현이 가능하도록 5년 내 상장과 상장이 안 될 경우 주식을 되사주는 '풋백 옵션' 등의 조건을 걸고 계약을 진행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연기금 관계자는 "에버랜드는 놀이시설이고 매출 대부분이 삼성그룹 계열사의 건물관리나 급식 등에 기반하고 있어 회사 자체로는 사업성이 낮다"며 "다만 삼성그룹을 간접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 매력인만큼 에버랜드를 상장시키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