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프랑스 은행 신용등급 강등으로 국내 증시 투자심리가 한층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고조된 가운데 오후 들어 전해진 무디스의 프랑스 대형은행 신용등급 강등 소식에 코스피지수는 낙폭을 키워 1740선으로 떨어졌다.

증권업계에선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이 이미 예견됐던 사안이지만 추가적으로 증시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무디스는 프랑스 은행인 소시에테 제네랄과 크레디 아그리콜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낮췄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신용등급은 종전 'Aa2'에서 'Aa3'으로, 크레디 아그리콜의 경우 'Aa1'에서 'Aa2'로 각각 하향 조정됐다. 프랑스 최대 은행인 BNP파리바의 신용등급은 'Aa2'로 종전대로 유지됐다.

증시 전문가들은 장·단기적인 관점에서 증시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신용등급 강등은 이미 예상했던 사안이지만 시장이 우려하던 은행의 부실 확대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악재로 작용했다"며 "유럽 재정위기 상황이 더 악화될 경우 뱅크런(예금인출사태)이 나타나면서 해당지역 일부 은행 도산과 본격적인 신용 경색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송창성 한양증권 애널리스트는 "무디스의 프랑스 은행 신용등급 강등 이슈는 워낙 시장 불안이 큰 상황에서 나와 증시에 충격을 줬다"며 "유럽계 투자 자금이 발을 뺄 수 있는 명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코스피지수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 팀장은 "유럽 재정위기 문제로 인한 유럽지역 경기 악화는 불가피하다"며 "대외변수 불안에 따른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외국인 자금이 추가적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고, 이후 한국 경기 악화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코스피지수가 머문 1700∼1900 박스권 구간의 하단이 깨질 수 있는 국면임을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시황팀장은 "단기적으로는 투자심리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선 유럽은행의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에서 신용등급 강등으로 이 같은 현상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며 "EU(유럽연합) 재무장관회담 결과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팀장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해 현재까지는 이머징(신흥국) 채권에 대한 자금 동향이 긍정적인데 신용등급 강등으로 추가적인 유럽은행의 신용경색이 나타난다면 신흥국 채권시장에서 추가적인 자금이탈과 함께 환율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중장기 관점에서 추가 하락폭이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무디스의 프랑스 은행 신용등급 강등과 함께 재정위기의 민간부문 전이 및 이탈리아 확산 등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 재정위기 국가가 아닌 나라의 주식시장은 박스권 패턴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달리 현재는 금융기관의 파생상품 손실 규모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고, 각국 정부의 정책 공조 과정에서 정책적인 대응이 나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이 재정위기를 맞은 국가가 아니란 점에서 유럽보다는 미국 증시와 동조화되는 흐름을 나타내며 1700∼1900의 박스권 구간에서 움직일 것이란 전망이다.

한경닷컴 오정민·김효진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