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전 삼성 라이온즈 감독이 14일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고 최동원 전 한화 이글스 2군 감독의 빈소를 찾았다.

최동원과 선동열은 각각 프로야구 ‘원조 맞수’ 팀인 롯데 자이언츠와 해태 타이거즈 투수로서 한국 프로야구사에 전설로 남아있는 명대결을 여러 차례 펼친 라이벌이었다. 지금까지도 두 사람 중 누가 한국 최고의 투수인지를 놓고 팬들 간에 결론 없는설전이 벌어질 정도다.

선 전 감독은 “1년 전 마지막으로 봤을 때 건강했는데 몇 달 전 열린 고교 올스타전 때 수척해진 모습으로 나타난 사진을 보고는 안타까웠다”며 침통한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프로에서는 라이벌이라고 부르지만 최동원 선배는 존경했던 나의 우상이었다” 며 “어렸을 때 선배를 보면서 이렇게 야구 선수를, 투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롤모델이었다”고 회고했다.
 
연장 15회까지 5시간 가까이 이어진 1987년의 무승부 혈투에 대해서는 “20여 년이 지났지만 그 경기는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그때 서로 지지 않으려고 둘 다 200개 이상 투구를 한 자존심 대결이었는데 함께했던 선배가 세상을 뜬 것이 비통하다”고 슬픔을 표현했다.

선 전 감독은 이어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서 함께 뛰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며 “결승전에서 선배가 ’자신감을 갖고 마운드 위에서는 본인이 최고라는 생각으로 공을 던지라‘고 힘이 되는 조언을 해주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선배는 내가 갖지 않은 연투 능력과 대담성을 지녔고 모든 면에서 나보다 한 수 위였다”면서 “한국시리즈 4승은 내가 감히 따라 할 수 없는 기록”이라고 고인의 업적을 높게 평가했다.
 
한 시즌 프로야구 600만 관중 돌파 기록이 세워진 직후에 비보가 날아든 것에 대해서는 “장효조 선배도 그렇고 최 선배도 이런 좋은 소식을 듣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것이 안타깝다”며 “600만 관중 돌파까지 선배들의 업적이 컸다”고 힘주어 말했다.

선 전 감독은 끝으로 “지도자로서 함께 경기를 했으면 좋았을 텐데 못해봐서 아쉽다”는 말을 남기고 빈소를 떠났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