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동안 유럽과 미국 증시는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에 몸살을 앓았다. 금융시장은 그리스에 대해 선언만 없을 뿐 사실상 디폴트로 간주하고 있다.

다만 다급해진 유럽 국가들의 정책 공조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국내 증시에도 다소 유예기간이 주어진 모습이다.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그리스의 5년물 신용디폴트스왑(CDS)으로 산출한 그리스의 디폴트 가능성은 99.9%까지 치솟았다. 추석연휴 기간 동안 독일이 그리스의 디폴트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탈리아와 프랑스 증시는 8~9% 이상씩 급락했고 미국 증시도 부진한 흐름을 나타냈다.

하지만 13일(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그리스의 디폴트 가능성은 없다는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국내증시의 하락폭은 제한되고 있다. 이번 주 유럽 재정위기의 확산 여부가 결정될 중요한 이벤트들이 몰려있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관망세를 부추기고 있다.

윤지호 한화증권 투자분석팀장은 "추석으로 인한 휴장으로 코스피는 또 한번의 매도 공세에서 빗겨날 수 있었다"며 "다만 중요한 대외 이벤트들을 앞두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 대한 위기감은 추석 이후 증시에도 여전히 부담"이라고 진단했다.

14일(현지시간) 그리스 6차분 구제금융 관련 실사단 협상과 15일 이탈리아 국채만기 도래, 16일 EU 재무장관회담 등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변수로 꼽히고 있다. 특히 EU 재무장관회담에서는 그리스 구제금융에 따른 담보문제와 안정기금의 추가 증액 여부가 논의될 예정으로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를 줄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윤 팀장은 "위기 속에서도 해결의 실마리가 잡혀가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메르켈 독일 총리가 그리스 국가부도를 피하는 것이 일단 중요하다고 언급했음을 고려하면 그리스 디폴트 이슈는 다소 우려가 완화되는 시기에 들어섰다"고 판단했다.

그는 "다행스럽게도 13일 39억유로의 이탈리아 채권이 5.6%로 발행에 성공했다"며 "이탈리아 국채 만기가 순탄하게 넘어가고 EU재무장관 회담에서 긍정적인 뉴스가 나온다면 시장의 우려를 넘어 긍정적인 변화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국부펀드의 경우 이탈리아 국채 매입 가능성을 부인했지만, 브릭스(BRICS) 국가들이 유로화 표시 채권 보유량을 늘리기 위한 모임을 갖기로 했다는 점도 중요한 변화라고 지적했다.

임수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외신에서는 외환보유고가 많은 중국도 유로화 표시 채권을 매입하면서 시장에 안정감을 줄 것이란 기대를 놓지 않고 있다"며 "브릭스 국가들이 개입할 가능성도 높아지면서 시장이 기대할 수 있는 단초가 생겼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지수는 추가로 하락하기 보다 박스권에서 등락할 것이란 예상이다. 또 보수적인 관점을 유지하되 1700선 부근에서는 저가매수에 나서도 좋다고 대부분 전문가들은 권했다.

임 연구원은 "코스피 1800선 아래에서는 저가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다"며 "당분간 박스권을 염두에 두고 단기 매매에 나서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도 "코스피가 1700선 부근에 근접할 경우에는 트레이딩 목적의 단기적인 매수가담이나 비중 확대 전략은 유지해도 무방할 듯 하다"며 "신규 매수의 경우에는 가격 메리트가 커지거나 정책 이벤트를 확인한 이후로 늦춰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