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우익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보면서 어떻게 이렇게 부적격한 사람을 내는지,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탈세,재산세 체납,장남 특혜 취업 의혹,주중 대사 시절 예산 유용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명하지 못했다. "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15일 당 고위정책회의에서 류 후보자를 겨냥해 쏟아낸 발언이다. 그는 각종 의혹 제기에 대한 소명 부족과 함께 "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지켜 나가겠다"는 후보자의 발언까지 문제삼아 맹공을 퍼부었다. 김 원내대표의 발언 강도에 비춰보면 류 후보자는 민주당 입장에서 분명 부적격 인사다.

하지만 전날 청문회에서 보여준 민주당 의원들의 태도는 김 원내대표의 목소리와는 사뭇 달랐다. '왕의 남자'라며 철저한 검증을 다짐했던 야당의 치열한 공세는 온데간데 없이 인사청문회는 여야 합의로 오후 7시께 싱겁게 끝났다.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보통 오후 10시를 훌쩍 넘겨 끝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는 점에 비춰 취재했던 국회 출입기자들이 어리둥절할 정도였다.

사실 이날 류 후보자 청문회는 일찌감치 파장 분위기였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한 차례 질의한 뒤 대부분 자리를 떴다. '가재는 게편'이라고 해도 이날 한나라당 의원들이 보여준 태도는 인사청문회의 실효성 자체를 의심케 했다. 민주당도 별반 다를 게 없는 한통속이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한 번씩 질의했지만 우리는 오후까지 세 번씩 질의를 다해서 청문회를 일찍 마칠 수밖에 없었다"는 게 국회 외교통일통상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도덕성이나 여러 의혹에 대해 나름대로 해명을 했으니 청문보고서는 일부 의혹에 대한 부대의견을 다는 조건으로 채택해줄 생각"이라고 했다.

원내사령탑이 회의 공개석상에서 내놓은 부정적 평가와는 앞뒤가 맞지 않은 설명이다. 한 핵심 관계자는 "내부에서는 류 후보자가 전임 장관에 비해 대북정책에서 유연하다는 평가가 있어 반대기류가 강하지 않다"고 했다. 결국 보고서 채택을 해줄 것이면서,명분쌓기용으로 공개 석상에서는 후보자를 성토하는 이중플레이를 했다는 얘기다. 겉 다르고 속 다른 정치권의 얄팍한 행태다. 왜 국민들이 '안철수 현상'에 열광하는지 알 것 같다.

김형호 정치부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