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과 브릭스(BRICs ·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국가들의 외환보유액으로 유로존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13일 한국경제신문 월스트리트저널 등 세계 15개국 대표 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최근 한국 등 신흥국에 대규모 외화자금이 들어왔다"며 "이 돈을 어떻게 활용할지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신흥국이 유럽 국채 매입에 관심을 갖는 것은 아주 흥미롭다"면서 "IMF 구제금융을 받던 신흥국들이 이제는 유로존을 도울 때"라고 언급, 한국과 브릭스가 유럽 국채를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음을 공개했다.

신흥국 외환보유액으로 유로존을 지원한다는 발상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라가르드 총재가 직접 이 같은 발언을 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내부 작업이 상당히 진행됐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IMF 측으로부터 어떤 공식 요청도 없었다는 입장이다. 두고 봐야겠지만 유로존 문제 해결에 다급한 라가르드가 다소 앞서나갔을 가능성도 없지 않을 테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라가르드가 IMF 총재로 결정되기 직전에도 지적했듯이 IMF는 유럽의 이익을 대변하는 조직이 아니다. 유럽 재정 위기는 유럽 내부 문제에서 기인한 것이며 유로화 출범 당시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그런데 지금 와서 난데없이 아시아나 브릭스의 자금으로 유럽 문제를 해결하려 드는 것은 결코 온당한 방법이 아니다. 더구나 한국과 브라질이 어느 정도의 협상권을 갖는지도 의문인 상황에서 남의 나라 외환보유액부터 들먹이는 것은 국가 간 예의에도 어울리지 않는다. 중국은 이미 다양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고 조건도 제시되고 있는 국면이다. 그러나 한국은 전혀 아니다. 한국이 외환위기 당시 얼마나 혹독한 구조조정을 요구받았는지, 당시 유럽국들이 과연 얼마나 한국을 도왔었는지를 떠올리면 더욱 그럴 것이다. 물론 필요하다면 한국이 유로존 지원에 나설 수는 있다. 다만 거기에도 일정한 절차와 기준이 필요하고 그에 상응하는 조건이 반드시 충족돼야 한다. 지금처럼 일방적인 요구를 덥석 받아들일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