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에 가서는 꼭 '야구 잘한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불러주는 대학이 없던 그는 연봉 300만원에 연습생 신분으로 프로구단에 입단했다. 6년 뒤 7550만원으로 몸값을 25배 끌어 올렸다. 이듬해에는 9550만원으로 당시 프로야구 타자 중 최고 연봉 타이틀을 얻게 됐다. '고졸 연습생 신화'의 주인공 장종훈 이야기다.

최근 채용시장에서도 고졸 인력들의 프로 데뷔 기회가 넓어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고졸자 취업문호 확대'를 강조하면서 기업들이 앞다퉈 고졸자 채용을 늘린 덕분이다. 그러나 '숫자 확대'에만 급급할 뿐,고졸 인재를 발굴할 수 있는 인사 시스템 개발이나 대졸자 중심으로 돼 있는 기업 문화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은 아직 찾아보기 힘들다. 정부 역시 고졸자 채용에 앞장선 기업들이 호소하는 현실적인 문제들엔 그다지 관심이 없는 듯하다.

우수 인력 확보를 위해 대기업 CEO(최고경영자)들까지 총동원된 채용 설명회도 여전히 대학 중심이다. 서울의 주요 대학 중심에서 지방대학으로 확대됐다고는 하지만,전문계 고등학교를 찾는 대기업은 거의 없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의 46.8%,중소기업의 39.9%가 고졸인력을 해마다 채용한다고 답했다. 국내 300인 이상 대기업이 2500여개,50인 이상 중소기업이 3만개 정도임을 감안하면 이론상으론 연간 수십만개의 고졸 일자리 수요가 있다는 얘기다. 매년 15만명 정도인 전문계고 졸업생은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고졸 구직자들은 취업난에 시달린다. 기업들은 뽑고 싶어도 고졸 입사 지원 자체가 부족하다는 점을 이유로 든다. 취업 이후에도 대학 진학을 위해 조기 퇴사하거나 군 복무로 인한 업무 단절,낮은 직무능력 등도 고졸자 취업을 가로막는 문제점으로 꼽힌다. 단순히 기업 자율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정부가 나서 고졸 취업 활성화를 위한 맞춤식 교육 및 제도 개선 등을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기업도 고졸 취업자들의 직무와 급여를 무조건 차별하는 인사 시스템과 대졸자 중심의 기업 문화를 바꾸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이 고졸 · 대졸을 가리지 않고 최적의 인재를 키워내겠다는 의지가 없는 한 취업현장에서 '장종훈 신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윤정현 산업부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