癌에 떠는 중년…대장내시경 신청 쇄도
'영원한 3할 타자' 장효조 삼성 2군 감독(55)에 이어 '불세출의 투수' 최동원 전 한화 2군 감독(53)이 1주일 시차로 암투병 끝에 유명을 달리하면서 암 신드롬이 불고 있다.

모 대학 최고경영자 과정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한 대학 교수는 "어제오늘 수업시간뿐만 아니라 저녁 동창회 모임에서도 하루 종일 암 얘기가 끊이지 않았다"며 "일반인보다 훨씬 건강한 것으로 여겨졌던 스포츠 스타들이 50대에 암으로 타계했다는 사실에 사람들이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고 15일 전했다.

암보험 상품을 주로 팔고 있는 A생명보험사의 설계사 이다영 씨는 "평소에는 한두 건 계약을 체결했는데 최 전 감독이 타계한 지난 14일 하루에만 50명이 암보험에 가입했다"며 "중년층은 물론 20~30대 젊은층에서도 암보험 가입을 문의하는 전화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 7일 '무배당 플러스 종신암보험'을 새로 내놓은 메트라이프생명은 추석 연휴를 제외하고 4영업일 만에 7052건을 판매했다. 하루 평균 1600건 정도 계약이 체결된 셈이다. 하지만 최 전 감독이 별세한 지난 14일에는 2267건으로 크게 늘었다.

KDB생명은 올초만 해도 500여건에 그쳤던 암보험 계약 건수가 이달에는 1500여건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한 · 동양 · 우리아비바 · AIA생명 등 암보험 상품을 팔고 있는 다른 생보사 역시 이달 들어 계약 건수가 20~30%가량 늘어나는 추세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주위에서 한창 활발하게 활동할 나이인 40~50대에 암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대형병원에도 암검진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최근 두 야구 스타의 사망 이후 암 검진에 대한 문의가 크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아산병원 건강검진센터엔하루평균 170~180건의 검진 문의가 있었으나 최근 며칠새 20~30건의 문의가 늘었다. 연말께 실시하는 종합건강검진을 앞두고 회사별로 희망 검진목록에 대장 내시경을 신청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중년 남성은 보통 5년에 한 번 정도 실시하면 된다고 알려진 대장 내시경 검사를 이번 기회에 받아야겠다는 분위기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N기업 K사장은 "어제 친구들과 술자리가 예정돼 있었는데 최 전 감독의 사망 소식을 듣고 곧바로 병원에 가서 대장 내시경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S기업에 다니는 24년차 직장인 김모씨(54)도 "간암이나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나는 유명인들을 보면서 다른 때보다 암에 대한 두려움이 훨씬 커졌다"며 "암 검진 시기를 보다 앞당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해마다 10만명 이상의 암 환자가 새로 발생하고 있다.

분당 정자동 우리건강의학센터의 김연태 원장(가정의학과 전문의)은 "흡연 음주 등 불규칙한 생활과 업무 스트레스 등이 가중되면서 대장암 등 서구형 암 발병이 중년 남성에서 증가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강동균/이준혁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