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과 관세청이 지난 5년간 잘못 부과해 취소된 세금이 무려 9조137억원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누구보다 공정해야 할 징세기관이 자의적으로 수억,수십억원씩 때려 놓고 취소 판정이 나면 '아니면 말고'식으로 환급해줬다는 것이다. 억울한 당사자들은 행정소송이나 심판청구,이의신청을 하느라 심적 · 물적 피해를 감수하지만 제멋대로 세금을 물린 공무원이 불이익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물론 과세당국의 고충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고의적인 탈세나 교묘한 납세기피까지 감안하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나 과세권은 공권력의 행사라는 점에서 제멋대로 물린 세금은 어느모로보더라도 이를 정당화하기 어렵다.

소위 '경제검찰'이라는 공정거래위원회도 과도한 과징금에다 형사 제재까지 병행해 기업을 이중으로 옥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과징금 부과액은 지난해 64% 급증한 6081억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공정거래법 상 형사기소 건수가 279건으로 OECD 국가 중 미국(295건)에 이어 2위였고 일본(7건)과는 아예 비교가 안 된다. 경쟁법 위반시 과징금이 아닌 형벌로 제재(미국)하거나,제재보다는 부당이득 환수(일본)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공정위는 두 개의 칼을 동시에 휘두른 꼴이다. 무리한 제재가 많다 보니 공정위 처리 사건의 80% 이상이 과징금 감액으로 결론나고 감액 · 환급액은 연간 1000억원을 넘어선다.

국세청이 세금을 걷고 공정위가 불공정행위를 감시하는 것은 국민이 위임한 행정권한이요 공권력의 의무다. 하지만 제멋대로 물리는 세금과 과징금은 힘센 기관들의 권력남용이자 국민 재산권 침해다. 국민들은 시간과 비용을 허비해가며 억울하게 낸 세금 · 과징금을 돌려받기까지 정부와 싸워야 한다. 그 과정에서 겪는 고초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우리는 이런 행태가 해당 공무원들의 퇴직후 일자리와도 상관이 있다고 본다. 로펌 등에서 일하는 전문인력 96명 중 공정위 국세청 금감원 출신이 53명(55.2%)이다. 권력기관이 세게 때릴수록 전관들의 역할이 커지는 구조악이 형성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