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당가격의 고공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초 파운드당 20센트 초반까지 떨어졌던 국제 원당가격이 다시 30센트 선에 다가섰다. 원당 최대 수출국인 브라질의 원당 수확량이 당초 전망치에 못 미친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하반기에 원당값이 안정돼 설탕사업의 손실 감소를 기대했던 제당업계는 적자 확대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가 설탕 관세를 종전 35%에서 5%로 낮추는 방안까지 들고나오자 제당사업 전반을 재검토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의 원당 10월 인도분은 14일(현지시간) 파운드당 29.7센트를 기록,최근 1개월 새 8.1% 뛰었다. 3개월 전과 비교하면 18.1%,작년 이맘때에 비해선 26.9% 올랐다. 원당값이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직전인 2009년 1분기(파운드당 12~13센트)에 비해선 2배 이상 높은 가격이다.

올 2월 파운드당 35센트까지 올랐던 원당가격은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펀드자금 이탈로 5월 초 20센트대 초반까지 내려갔다. 브라질의 원당 수확이 시작된 데다 주요 원당 생산국가들이 재배면적을 늘렸다는 소식에 하반기 원당값은 파운드당 20센트 중반 아래에서 움직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적자 구조에 시달렸던 제당업계도 한숨 돌리는 분위기였다.

이후 5월 중순부터 반등하기 시작한 원당가격이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제당업계가 최악의 가격대로 여기는 파운드당 30센트 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제당업계 관계자는 "5월부터 시작된 브라질 주요 산지의 원당 수확작업이 이상기후로 인해 연쇄적으로 늦춰지면서 현물 공급이 부족한 데다 오래된 사탕수수가 많아 원당 수율까지 떨어져 원당값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브라질의 올해 원당 생산량이 당초 예상치보다 최대 10% 가까이 줄어든 3200만t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제당업계는 비상 상태다. 제당업계 다른 관계자는 "원당값 상승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가격억제로 원당값 상승분을 설탕값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정부의 기본 관세율 인하 추진까지 겹치면서 3중고(三重苦)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2009년 2분기부터 올 2월까지 고공행진하고 있는 원당가격으로 인해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의 제당사업 부문은 작년 하반기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적자를 냈다. 국내 설탕시장의 50%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CJ제일제당은 올 들어 지난달까지 설탕 부문 영업손실이 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제당은 사료사업의 선방에도 불구하고 설탕 부문이 적자를 내면서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19억원으로 작년 동기에 비해 67% 이상 감소했다.

제당업체들은 설탕사업 전반을 재점검하고 있다. 한 제당업체 관계자는 "일단 신규 투자를 줄이는 방식으로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당업체 관계자는 "관세율이 30%포인트나 내려가면 실제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지만 식품 기간산업인 설탕 부문은 외부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다"고 말했다. 다른 국가들이 높은 관세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만 관세를 급격히 떨어뜨릴 경우 국제 설탕가격의 일시적인 변동에 따라 국내 설탕수급과 가격도 크게 출렁일 것으로 이 관계자는 우려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